[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 <15> 청소년 사이에 번지는 도박 중독의 늪 (1)
물질만능주의와 한탕주의, 그리고 중독이 만나 협업을 이루면 도박 중독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도박 중독은 여타 다른 행위중독이나 물질중독과 마찬가지로 뇌의 기질적 변화까지 동반하는 정신질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에 처벌과 단속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내기 바둑을 두는 것과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도박으로 말미암아 경제·관계·육체·심리적 후유증이 명징해짐에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 도박 중독 상태다.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람도, 돈을 번 사람도 가정과 교회, 공적 업무에 관한 관심은 사라지고 도박자금을 마련할 방도를 궁리하느라 멍하게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파산, 신용불량, 이혼, 가족해체, 관계 단절, 실직, 퇴학 등 한 사람이 동시다발로 겪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각종 고통스러운 일들이 한꺼번에 혹은 차례로 벌어지는데도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도박을 통해 이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다는 ‘도박 전능감’에 빠져 결국 비참한 생으로 마감하게 만드는 것이 도박 중독이다.
마약에 내성이 생기면 같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더 강한 마약을 더 자주 투약하듯 도박 중독에 내성이 생기면 삶과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도박에만 시간을 쓰고, 베팅하는 돈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진다. 도박하지 않으면 초조, 불안, 긴장하는 각종 금단증상을 겪으며 일상에 대한 애착과 집중력도 완전히 사라져 폐인같이 살게 된다.
인터넷·스마트폰 보급의 증가와 팬데믹으로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면서 청소년 도박 역시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청소년 대상 도박문제 관련 상담 현황’(2023년)에 따르면 2015년 불과 51명이던 청소년 상담자 수가 2023년도 여름 기준 1406명으로 약 28배나 증가했다. 그 중 약 93%가 온라인 도박을 하다가 상담받게 된 경우였다.
온라인 불법도박 청소년이 늘면서 상담뿐 아니라 본격적인 도박중독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도박 중독 청소년 환자도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23년)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중독 치료 환자 수는 2017년 39명이었으나 2023년 여름 기준 111명으로 약 3배 늘었으니, 하반기 통계까지 고려한다면 대여섯 배를 훌쩍 넘은 것이다.
청소년이 도박하는 징후는 학교와 가정에서 잘 드러난다. 교사나 양육자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관심과 지식이 필요하다. 청소년 도박 발생 증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빚이 많거나 친구들 간 돈거래가 잦아짐, 용돈이 많아졌다고 자랑함, 돈을 쉽게 벌 방법을 알고 있다고 과시함,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이나 선물을 자주 사줌, 고가의 브랜드 용품(옷, 스마트폰, 명품 가방)이 갑자기 늘어남, 교실에서 (도박 비용을 만들기 위해) 도난사건이 빈번해짐, 친구·선후배 간 금전거래로 인한 갈등과 학교폭력이 발생함, 대인관계에서 짜증이나 신경질이 잦아지거나 딴생각에 빠진 모습, 혼자 있으려 하며 대화하는 것을 피하려 함 등이 목격되면 도박에 빠진 학생 발생 징후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꼭 해야 한다며 집착하고, 거짓말에 의한 조퇴·결석이 늘어나며,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거짓말하는 횟수가 늘어나거나 무언가 숨기려고 하는 모습, PC방, 자취방, 놀이터 등에서 집단으로 모여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장면, ‘달팽이’ ‘사다리’ ‘졸업’ 등 도박 관련된 용어나 은어를 자주 사용하며 대화함, 스포츠 경기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함이 자주 목격된다면 이 역시 도박에 빠진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할 징후다. 해외에서는 도박법으로 규제하는 게임이 국내에서는 일반 게임으로 분류된 경우도 많아 앞으로 청소년 도박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망령되이 얻은 재물은 줄어가고 손으로 모은 것은 늘어가느니라”(잠 13:11)고 성경은 말씀한다.
한 방에 많은 것을 얻어 쾌감을 즐기고자 하는 도파민 과용의 시대, 크리스천 양육자는 어려서부터 정직한 노동을 권면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도박 중독의 위험성을 잘 가르쳐 영혼과 가정 사회를 파괴하는 ‘한탕주의’ 차세대가 되지 않도록 양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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