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정글서 희생된 5인의 선교사, 복음의 꽃을 피우다
기독교는 단순히 종교나 신앙 체계가 아니다. 기독교 신앙과 그 메시지는 인류 역사에 깊이 뿌리내리며 하나님께서 인간과 역사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세워진 지 2000년이 지났다.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 인간 역사와 함께하셨다. 교회의 역사는 하나님이 일해온 증거이기도 하다. 국민일보는 매달 교회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1956년 1월 8일 미국의 청년 선교사였던 짐 엘리엇, 네이트 세인트, 로저 유더리안, 에드 맥컬리, 피트 플레밍이 에콰도르의 호전적 부족인 아우카족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이들이 사는 정글에 들어갔다가 무참히 살해당했다. 5인의 선교사들은 무모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선교사의 마음을 품었고 하나님을 향한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원주민을 향한 사랑이 있었다.
그들은 아우카족 선교에 앞서 3~7년간 에콰도르에서 선교 사역을 펼쳤다. 스페인어는 물론, 현지 부족어 등을 배웠고 다양한 부족 사역 활동을 했다. 아우카족은 당시 남미에서 가장 공격적인 부족이었다. 1943년 8명의 셸 정유사 직원이 이들에게 목숨을 잃었고 앞서 17세기 후반엔 예수회 사제였던 페드로 수아레즈가 창에 맞아 사망했다. 19세기 후반엔 천연고무 채집자들이 정글에 들어와 원주민을 괴롭혔다. 약탈 방화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고 부족민들을 노예로 삼았다. 이 같은 상황은 무려 50년간 계속됐고 이는 아우카족이 백인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5인 선교사들은 이들에게 선교적 책임을 느꼈고 부족민들이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갈망했다. 그들은 하나님을 위해 무릅쓰지 못할 위험이란 없다고 확신했다. 엘리엇은 ‘영원한 것을 얻기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라는 좌우명이 있었다.
마침내 1956년 1월 3일 아우카족 쿠라라이 강변 모래사장에 네이트가 조종하는 비행기와 선교사들이 착륙했다. 정글 도착 사흘 만에 부족민과 만났고 서로 인사했다. 선물도 전했다. 1월 8일은 주일이었다. 하지만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무선이 끊긴 후 수색대가 출동했고 파괴된 비행기와 심하게 부패한 시신을 발견했다. 어떤 시신에는 야자나무로 만든 창이 그대로 몸에 꽂혀 있었다. 맥컬리 선교사의 시신은 강물에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됐다.
5인의 선교사 아내들은 그러나 슬퍼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엘리엇은 “이건 비극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만사에 계획과 목적을 갖고 계신다”고 고백했다. 고린도후서 5장 5절은 이들에게 힘이 되었다. “이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하시고 보증으로 성령을 우리에게 주신 이는 하나님이시니라.”
아우카족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는 멈추지 않았다. 항공선교회 소속 조종사들은 선물 바구니를 아우카족 마을에 투하했고 2년이 지나 부족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58년 9월 레이첼 세인트와 엘리자베스 엘리엇이 부족 사람들과 만났고 이로써 본격적인 아우카족 선교가 시작됐다.
이후 아우카족 사람들은 복음을 받아들였고 10년 후엔 5명의 선교사를 살해한 장본인 ‘키모’가 부족 최초의 목사가 되는 일이 일어났다. 또 사망한 선교사 자녀 중 2명이 아버지가 죽은 강가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엘리엇의 딸은 아우카족과 함께 살기도 했다. 92년에는 현장에서 아우카족어로 된 신약성경 봉헌예배가 드려지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엘리엇은 5인의 삶과 선교, 그리고 죽음을 기록한 ‘영광의 문’ 초판 서문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사람들은 짐과 그와 함께 죽은 이들을 영웅으로, 순교자로 칭송했다.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본인들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를 위해 사는 것과 그리스도를 위해 죽는 것이 그토록 크게 다른 일이란 말인가. 후자는 전자의 논리적 귀결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삶은 그 자체가 사도 바울의 말대로 ‘날마다’ 죽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목숨을 버릴 때 우리는 그것을 도로 얻는다.”
기독교 역사에서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일은 초대교회 때부터 있었다. 처음엔 사울과 같은 과격한 유대인이 스데반을 죽였고 이후 로마 제국은 로마에 의한 평화(팍스 로마나)를 헤친다는 이유로 핍박했다. 대화재 사건의 원인을 기독교인에게 돌리며 목숨을 빼앗은 네로 황제 이후 황제들은 기독교인을 싫어했다.
304년 1월 22일 스페인 사라고사의 빈켄티우스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대박해 시절 사망했다. 이후 박해 시대가 끝나고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기독교를 로마의 다양한 종교 중 하나로 인정한다. 기독교 신앙은 이렇게 고난과 희생을 동반한다.
1929년 1월 15일 출생한 미국의 마틴 루서 킹 목사는 기독교 신앙과 민주주의의 신념에 따라 비폭력 흑인 민권운동을 이끌다 암살됐다. 그는 남부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와 버밍엄, 셀머 등지에서 비폭력 행진을 주도하며 흑백 인종이 함께 신앙 안에서 잘 사는 미국을 꿈꿨다.
1563년 1월 19일 출간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색다른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근본적 불안과 염려로부터 나온 질문이었다. ‘살아 있으나 죽으나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 답은 삶이 내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인정할 때 우리는 모두 든든히 설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로라고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말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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