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돌봄 공백 메우는 교회… 빈 공간서 독서마라톤

손동준 2024. 1. 23.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밑그림 주위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김 권사는 "독서마라톤은 '3040' 학부모 성도들이 많이 모이는 우리 교회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라며 "동시에 아이를 독서마라톤에 보냈다가 교회에 등록한 부모도 적지 않다"고 자랑했다.

세 자녀를 모두 독서마라톤에 보냈다는 임선미(44·여) 집사는 "방학에 아이들 식사 준비하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받다 보니 교회를 향한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자녀 위해 ‘방학 돌봄’ 실시… 부천 성만교회 가보니
경기도 부천 성만교회 아이들이 지난 18일 교회에서 독서마라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림그리기 활동을 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밑그림 주위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완성해 가는 아이들의 손길이 사뭇 진지하다.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 성만교회(이찬용 목사)에서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미술 활동이 한창이었다. 대안학교 미술 교사인 김수영(58·여) 권사가 진행하는 수업에는 초등학생 20여명에 보조교사 3명이 참여했다.

방학은 맞벌이 부부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자녀의 돌봄 공백이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역 교육청마다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추첨 순위 안에 들지 못하면 이용이 쉽지 않다. 저출산을 동반한 축소사회 흐름 속에서 주중에 유휴공간을 활용해 돌봄 공백을 메워주는 교회 사례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성만교회는 방학이 되면 초중고생을 돌봐주는 ‘독서마라톤’을 운영한다. 올해로 11년째다. 이름 그대로 마라톤 하듯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책 읽기를 마라톤(42.195㎞)에 접목해 책 1쪽을 1m로 계산하고 목표코스를 완주하도록 독려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80여명이 오가는데 프로그램 중간에 자연스럽게 학원에 다녀오기도 한다. 교회는 일종의 거점인 셈이다.

김 권사는 “독서마라톤은 ‘3040’ 학부모 성도들이 많이 모이는 우리 교회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라며 “동시에 아이를 독서마라톤에 보냈다가 교회에 등록한 부모도 적지 않다”고 자랑했다.

책만 읽는 건 아니다. 학업에 도움이 되는 영어 수학 특강도 개설한다. 자칫 아이들이 지루해할 수 있기에 미술 음악 활동도 곁들인다. 박물관 투어를 하기도 하고 서점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기도 한다. 아예 길게는 2박 3일씩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올해는 미국과 캄보디아에서 독서마라톤을 겸한 여행을 진행했다.

점심에 교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독서마라톤이 맞벌이 부부들에게 사랑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소시지볶음 햄구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세 자녀를 모두 독서마라톤에 보냈다는 임선미(44·여) 집사는 “방학에 아이들 식사 준비하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받다 보니 교회를 향한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회가 10년 넘게 이런 프로그램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성도들의 헌신 덕분이다. 현직 교사를 포함한 교인들이 강사 돌보미 식당봉사 등으로 지원한다. 학부모들이 먼저 나서면서 프로그램이 유지·발전할 수 있었다.

이찬용 목사는 “방학에 학원을 한두 군데 보낸다고 해도 남는 시간이 적지 않다”며 “아이가 집에서 혼자 컴퓨터게임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독서마라톤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교회 공간을 주중에 비워둘 이유가 없다”며 “축소사회로 접어드는 가운데 교회가 자산을 활용해 교인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천=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