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의집 어디 갔나… ‘12사도 예배당’ 사도 이름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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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천사섬 일대에 조성된 '섬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인 12사도 예배당 명칭에서 사도들의 이름이 사라졌다.
문체부 종무실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순례길과 예배당 조성에 지자체 예산만 투입됐고 관리 책임이 신안군에 있어 민원이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신안군과 순례길 작가들은 예배당을 중의적인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12사도의 이름과 함께 이들 명칭을 건물 표지석에 함께 표시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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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천사섬 일대에 조성된 ‘섬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인 12사도 예배당 명칭에서 사도들의 이름이 사라졌다. 불교계가 제기한 종교차별 민원이 반영되면서 다른 이름으로 교체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로 섬을 찾는 관광객이 줄고 논란이 일자 현지 주민들은 사도 이름이 새겨진 표지판을 다시 내걸겠다는 입장이다.
섬티아고 순례길은 전남 신안군의 5개섬(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을 잇는 12㎞ 구간을 일컫는다. 2017년 전남의 ‘가고 싶은 섬’ 조성 사업에 선정된 뒤 섬 곳곳에 12개의 작은 예배당도 마련됐다. 2019년 완공된 예배당 앞엔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이름을 딴 목재 표지판이 세워졌다.
하지만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19일 ‘베드로의집’ 표지판은 ‘건강의집’으로, ‘가룟유다의집’은 ‘지혜의집’ 등으로 교체돼 있었다. 신안군청에 확인 결과 표지판이 교체된 시점은 지난해 4월. 조계종이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에 종교 차별 민원을 넣은 데 따른 조치였다.
“(순례길과 12개 쉼터는)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조성됐다” “관광자원으로 개발된 명칭이 바뀔 경우 신안군 대표 관광 브랜드의 위상을 잃을 수 있다”는 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등 교계 안팎의 요청(국민일보 2022년 11월 18일자 29면 보도)에도 불구하고 명칭이 바뀐 것이다. 문체부 종무실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순례길과 예배당 조성에 지자체 예산만 투입됐고 관리 책임이 신안군에 있어 민원이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건강의집(베드로), 생각하는집(안드레), 그리움의집(야고보) 등으로 바뀐 예배당 명칭은 건물이 세워질 당시부터 건물 표지석에 새겨진 별도의 명칭이긴 하다. 당시 신안군과 순례길 작가들은 예배당을 중의적인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12사도의 이름과 함께 이들 명칭을 건물 표지석에 함께 표시해뒀다.
12사도 예배당의 상징과도 같은 본래 명칭이 쏙 빠지면서 순례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첫 번째 순례 코스인 ‘건강의집’을 찾은 백윤영 광주청사교회 목사는 “베드로와 건강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함께 동행한 성도들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현지 주민들도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섬에서 식당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31)씨는 “지난 여름부터 식당을 찾는 순례객이 줄고 있다. ‘사도들의 집을 왜 지키지 못했냐’며 서운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점·소악도가고싶은섬협동조합은 12사도 목재 표지판 설치 작업에 나선 상태다. 이르면 오는 3월 완성될 전망이다. 김양운 소악도 이장은 “지금 있는 표지판을 철거할 수는 없지만, 그 옆에라도 사도들의 이름을 걸겠다”고 했다. 신안군 작은섬정원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표지판을 세우면 기존 표지판은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안=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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