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피켓팅’ 속 암표, 근절할 수 있을까
예매창이 열린 지 1분 만에 다 팔렸다. 25일 예술의전당, 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 취임연주회 티켓 얘기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협연한 이 공연의 예매는 예상대로 ‘피켓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이란 신조어)’이었다.
서울시향은 25개 구에서 2명씩 추첨해 50명에게 2장씩 총 100장의 티켓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당첨 확률이 희박해서였을까. “암표상이나 근절해 달라”는 반응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당근마켓이나 티켓베이 등 온라인 거래사이트에서는 15만원짜리 R석이 100만원, 8만원짜리 A석이 75만원, 심지어 C석 1만원짜리 티켓이 16만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티켓을 못 구한 사람들에게는 화나는 일이다. 서울시향에도 이 같은 상황에 항의하는 음악애호가들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고 한다. 서울시향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는 판매 글을 내부적으로 모니터링해 좌석 위치를 유추한 후 티켓 판매사이트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판매자에게 소명 요구 문자가 전달되고 소명이 없으면 티켓을 취소하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암표상이 티켓을 취소하고 본인이 재구매하는 식으로 단속을 피했다고 하니 암표 행위 근절은 참 쉽지 않다.
현행법상 암표 매매는 경범죄지만, 현실 공간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 온라인 거래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온라인으로 티켓을 매매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실물티켓을 위조하거나 돈을 가로채는 등의 사기 행위 때문이었다. 암표상이 매크로 프로그램(단순반복작업 처리)을 돌려서 동시에 여러 장의 티켓을 구매하면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지만 이 또한 업무방해죄 정도로 경미하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이나 유럽은 대체로 티켓 재판매를 전면 허용한다. 그러나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등에는 징역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일본은 일정 기간 접수를 한 뒤 추첨을 한다. 티켓 예매 시 ‘광클(빛의 속도로 클릭)’에 실패하더라도 구매 가능성이 열린다. 대만은 암표 대응에 적극적이다. 공연 입장권을 액면가 또는 정가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재판매하면 모두 암표로 간주하고 티켓 액면가나 정가의 10∼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매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1억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우리나라도 암표 관련법을 시대에 맞춰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때다. 작년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암표근절법 이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으면 한다. 소비자들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암표는 구매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으면 한다. 수요가 있는 한, 되팔아 이득을 챙기는 암표상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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