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예정된 디스토피아
여야가 4월 총선 1호 공약으로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생 문제가 한국 사회의 문제로 대두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닌데, 이번 대책은 실효성이 있을까? 여야의 1호 공약이 저출생 대책이라는 소식을 기자에게 들었을 때 나는 물었다. “또 돈 준대요?” “네, 대체로 그런 내용이죠.” “아이고….” 돈 준다고 애를 낳나? 적어도 내 주변의 친구들, 그러니까 인구 위기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90년대 생 친구들은 그럴 마음이 없다. 친구들이 걱정하는 것은 단순히 돈이 아니다. 돈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게 유일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절반 세대가 온다』(2023)는 27명의 기자들이 청년들의 관점에서 그린 소멸하는 대한민국의 초상이다. 다가오는 대한민국에서는 연금과 부동산 뿐만 아니라 취업, 의료, 정치, 국방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부분이 붕괴하거나 변형된다. 그 속에서 많은 짐을 질 청년 세대가 느끼는 회의감과 체념이 깊다. 긴 노동 시간과 출퇴근 시간 속에서 연애와 결혼은 부담스럽고, 아이가 마주할 무한 경쟁은 버겁고, 아이를 낳고 잃어버릴 커리어는 아깝다. 이 마음을 세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책에서 프랑스의 툴르몽 INED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제안한다. “우선은 일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출산과 양육 부담을 더 많이 떠안은 여성이 ‘아이를 낳아도 삶이 망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직장의 성차별 해소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부모가 ‘좋은 부모’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양육과 교육의 책임을 국가의 어깨 위에 둬야 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한국 사회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평이다. 가능할 것인가?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저출생 해결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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