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트럼프’ 디샌티스 사퇴…트럼프·헤일리 양자 구도로
“그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이틀 앞둔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연설에서 경선 후보 사퇴와 함께 ‘트럼프 지지’를 밝힌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거론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세 차례 되풀이했다.
디샌티스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승리에 대한 명확한 길이 보이지 않아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화당원 대다수가 트럼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한때 ‘리틀 트럼프’로 불리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디샌티스는 트럼프와의 차별화에 실패하며 지지율 하락세를 거듭해 왔고, 최근 헤일리 전 주지사에게도 밀리는 흐름을 보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선거캠프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경선 레이스를 더는 유지할 동력을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뉴햄프셔 경선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날 오후 7시 트럼프 유세장에는 행사 예정 여섯 시간 전부터 지지자들이 약 100m의 긴 줄을 이뤘다. 7시20분쯤 트럼프 등장 테마곡 ‘갓 블레스 USA’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연단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민주당)은 좋겠다. 이제 바이든이 (카터를 제치고) 역사상 가장 나쁜 대통령이 됐으니까”란 말로 폭소를 자아냈다.
트럼프는 “뉴햄프셔는 가장 비싼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취임 후 1년 만에 기름값이 절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만이 유일하게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는 후보라며 “우리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란 말로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한 연설을 마쳤다. 트럼프 지지자 헬렌 퀴(45)는 “바이든 행정부 3년 동안 했던 모든 일이 잘못이었고 가장 나쁜 일이었다”며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때 미국을 에너지 수출국으로 만들었고 미국이 에너지 독립을 했기 때문에 중동에서 평화를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엑서터 고등학교 강당 무대에 오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이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남았다”며 양자 구도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바이든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2%포인트 차로 앞설 때도 있었지만 저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17%포인트 차로 이기고 있다”며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현재로선 디샌티스의 중도 하차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날 공개된 CNN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를 기록해 헤일리 전 주지사(39%)를 11%포인트 차로 앞섰다. 특히 디샌티스 지지자 중 ‘2위 후보’로 트럼프를 꼽은 사람이 62%로 헤일리(30%)를 꼽은 사람보다 배 이상 많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샌티스의 후보 사퇴가 트럼프에게 유리한 쪽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무당파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가능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중도보수 성향이 강한 헤일리 전 주지사에게 가장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헤일리가 트럼프 대세론을 뒤흔들 만한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그 역시 경선 완주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맨체스터·로체스터=김형구·강태화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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