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기록 잇는 르세라핌…영어곡으로 국내외 모두 통했다
‘Me and my girlies/We gon party til its early’ (나와 내 친구들/우린 아침까지 파티를 열 거예요.)
노래 ‘퍼펙트 나이트’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파티를 외치면서 시작된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첫 영어 디지털 싱글로, 지난해 10월 발매 후 국내외에서 계속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 11주 연속 이름을 올렸고, 최신 차트인 1월 20일 자 ‘글로벌 200’에선 18위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발표한 정규 1집 타이틀곡 ‘언포기븐’이 이 차트에서 세웠던 최고 순위(23위)도 경신했다. ‘글로벌 200’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지역에서 집계된 온라인 스트리밍과 디지털 판매량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국내 차트 성적도 주목할 만하다. ‘퍼펙트 나이트’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톱100·일간·주간·월간 차트 1위를 석권했다. 한국어 가사가 전혀 없는 영어 노래로 국내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BTS(방탄소년단)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일간 차트에서는 지난 11월 20일 자 1위에 오른 뒤 약 한 달간 순위를 지켰다. 연말 캐럴 음악의 강세로 잠시 순위가 하락했지만, 지난달 28일 자로 일간 1위를 되찾았고 올해 첫 주 주간차트(1~7일) 1위에 올랐다.
미국 게임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오버워치 2’와 협업해 만든 뮤직비디오는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 수 2400만회를 넘어섰다.
‘퍼펙트 나이트’는 기존 타이틀 곡과는 정반대의 콘셉트다. 노래는 부드러운 기타 연주와 함께 ‘투 스텝’(2-Step) 비트가 깔리며 몽환적인 멜로디가 이어진다.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우리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퍼펙트 나이트’에선 ‘함께라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는 내용을 가사에 담았다. 친구들과 밤새워 놀면서 자유로운 에너지를 느끼는 소녀들의 유쾌한 밤이 그려진다.
작곡·작사는 총괄 프로듀서인 방시혁, 멤버 허윤진을 비롯해 데뷔 때부터 함께 해 온 프로듀서팀 13이 맡았다. 소속사 쏘스뮤직 측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장르인 R&B와 혼합된 UK개러지와 마이애미 베이스의 교차점에 있는 노래”라며 “글로벌 청취자를 고려해 처음으로 영어 디지털 싱글 발매를 결정했고, 가사 또한 모두 영어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국내에서 영어 가사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진 지 오래다. ‘퍼펙트 나이트’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주요 요인은 어떤 TPO(시간·장소·상황)에서 재생해도 거리낌이 없는, 요즘 트렌드를 담은 ‘이지리스닝’ 음악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르세라핌은 다음 달 19일 미니 3집 ‘이지’로 돌아온다. 오는 4월엔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 무대에 오른다. K팝 걸그룹 중 코첼라 무대에 서는 것은 블랙핑크 이후 두 번째인데, 르세라핌은 역대 한국 가수 중 데뷔 후 최단기간(1년 11개월)에 이 축제에서 단독 공연을 하게 됐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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