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탈출 위해 안간힘…천재 소녀의 화려한 재기

고봉준 2024. 1. 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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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22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LPGA 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계속된 슬럼프를 부단한 노력으로 이겨내며 통산 20승 고지에 올랐다.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며 활짝 웃는 리디아 고.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리디아 고(27·뉴질랜드)는 국내에서 프로골퍼를 지도하던 이시우(43) 코치에게 연락을 했다. 끝 모를 슬럼프가 이어지자 고진영(29)과 김주형(22) 등을 가르치는 이 코치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이전에도 이 코치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10월부터는 아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스윙을 뜯어고쳤다.

15세 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던 ‘천재 소녀’ 리디아 고가 이렇게 도움을 청한 건 점점 슬럼프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었다.

2022년 12월 백년가약을 맺은 리디아 고는 두 달 만인 지난해 2월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며 ‘제2의 골프 인생’을 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우승 경쟁에서 멀어져만 갔다. 컷 탈락하는 경우도 잦았다. 손목을 과하게 쓰면서 구질이 들쭉날쭉해진 게 문제였다. 2022년에 3승을 거둔 이후 지난해 부진의 늪에 빠지자 사람들은 “결혼한 이후 샷이 망가졌다”며 수군댔다. 1년 사이 순위는 12위로 추락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 겨울 내내 반등을 꿈꾸며 칼을 갈았다.

리디아 고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타를 줄여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22만5000달러(약 3억원).

이날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LPGA 투어 역대 29번째로 통산 20승을 달성하면서 로라 데이비스(61·영국), 크리스티 커(47·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통산 21승을 거둔 박인비(36)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 기간 장내 아나운서가 나를 소개하면서 ‘LPGA 투어에서 19승을 기록한 선수’라고 소개해 기분이 좋았다”면서 “이제 우승 횟수의 앞자리를 바꿨다. 20승 클럽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LPGA 투어 주요 선수 우승 순위

2타차 단독선두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리디아 고는 전반에만 2타를 줄이면서 순항했고, 10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했지만, 2위 알렉사 파노(20·미국)와의 격차가 3타로 벌어진 상황이라 우승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대회장인 레이크 노나 골프장의 회원이자 2019년부터는 골프장 안쪽의 작은 타운에서 거주하고 있는 리디아 고는 “지난 2주 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좋은 결실을 맺어 기쁘다. 홈 코스에서 회원분들의 응원을 받아 더욱 좋았다”고 했다.

이날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명예의 전당 입성을 눈앞에 뒀다. 명예의 전당 입회까지는 27포인트가 필요한데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1점을 더해 총 26점을 기록했다. LPGA 투어는 정규 대회 우승은 1점, 메이저 대회 우승은 2점, 베어트로피(평균타수상)와 올해의 선수상, 올림픽 금메달에는 1점씩 포인트를 준다.

리디아 고는 “명예의 전당이 가까워졌다. 이제 문 앞에 섰으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전지훈련 중이라 리디아 고의 우승을 TV로 지켜봤다는 이시우 코치는 “이번 달에는 거의 매일 영상을 통해 레슨을 하고 있다. 오늘 우승했지만, 내일 새벽에도 레슨이 잡혀있다. 그만큼 리디아 고는 열정적인 선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라킨타의 피트 다이 스타디움 코스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에선 앨라배마대 2학년인 아마추어 닉 던랩(21·미국)이 합계 29언더파 259타로 우승했다. 참가자 156명 중 유일한 아마추어인 던랩은 1991년 투산 오픈에서 우승한 필 미켈슨(54·미국)의 뒤를 이어 아마추어 골퍼로는 33년 만에 PGA 투어 정상을 밟았다. 아마추어는 상금을 받을 수 없기에 우승 상금 151만2000달러(약 20억원)는 2위를 차지한 크리스티안 베자위덴하우트(남아프리카공화국·합계 28언더파)가 받았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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