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넘은 칠불사 ‘전설의 구들’ 아자방 내달 7일 공개

위성욱 2024. 1.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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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복원공사를 한 칠불사 아자방 내부 모습. [사진 칠불사]

국가 민속문화재인 경남 하동군 칠불사 아자방지(亞字房址)가 최근 복원돼 다음 달 7일부터 약 3개월간 한시 공개된다. 아자방은 지은 지 1000년이 넘은 전통 난방시설이다. 그동안 서산대사 등 고승들이 수행처로 이용했다. 내부를 일반인에게 공식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칠불사 도응 주지 스님은 22일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아자방지에 대한 복원공사가 최근 마무리됐다”며 “다음 달 7일부터 부처님 오신 날(5월 15일)까지 내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사찰 아래쪽에 있는 ‘아자방체험관’에서 일반인들이 아자방을 체험할 수 있다.

아자방지는 칠불사 대웅전 옆에 있다. 스님이 수행하던 온돌방과 방 구들에 열을 공급하는 아궁이,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아궁이에 불을 때는 등 시험 가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칠불사 측 설명이다.

아자방은 신라 효공왕(897∼912년) 때 ‘구들 도사’라 불리던 담공선사가 이중 온돌 구조로 처음 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1000년 넘게 보존돼 ‘전설의 구들’이라 불린다. 아자방이라는 이름은 독특한 방 모양 때문에 붙었다. 방은 길이가 8m인 직사각형 모양이다. 여기에 바닥에서 45㎝ 높이 좌선대가 마련돼 있다. 이 구조가 ‘아(亞)자’를 닮아 아자방이라 불린다. 방을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스님들이 좌선대에 올라 면벽 수행을 하다 바닥으로 내려와 다리를 풀고 쉬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짐작한다.

도응 스님은 “아자방은 대웅전에서 온돌방만 보면 버금 아(亞)자 모양이지만 방 왼쪽에 입구(口)자 모양의 큰 아궁이(부엌 부분)가 있어 벙어리 아(啞)자로 보이기도 한다”며 “이 방에서 수행하는 스님이 묵언하며 올곧게 정진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조능·벽송·서산·부휴·초의·월송 선사 등 수많은 고승이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자방 온돌은 불을 넣으면 한참 동안 따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정보에서는 한 번 불을 때면 ‘한 달 동안’ 따뜻하다고 하나, 축조 당시에는 ‘석 달 열흘’ 즉, 100일간 온기가 골고루 유지됐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천 년의 비밀, 아자방 온돌』이라는 책을 쓴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은 “아자방 아궁이는 서서히 오래 열기를 공급하고 구들과 고래(불길과 연기가 움직이는 길) 두께나 형태 등도 다른 온돌과 달라 오랫동안 열기를 품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자방이 있던 건물은 1949년 불에 탄 뒤 1982년 전후 대부분 복원했다. 하지만 온돌 바닥은 복원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과정에 아자방지는 1976년 경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고, 그 뒤 1981년부터 2015년과 2017년 3차례에 걸쳐 문화재청 등에서 발굴했다.

초창기 조사 때부터 참여한 당시 문화공보부(현 문화재청) 문화재보수과 기술직원이었던 변철수(71·도원아텍 대표)씨는 “아자방 온돌은 1000년이 넘었지만, 발굴 당시까지 그 형태가 잘 유지돼 있었다”며 “당시 아자방은 스님들에게 ‘꿈의 수행처’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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