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제·휴가는 편하게…‘MZ 공무원’ 퇴직 막기 나섰다

백경서 2024. 1.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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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대구시청 총무과 직원들이 점심 시간에 술 대신 콜라로 회식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부하직원이 발령 받은 부서에 찾아가 떡을 돌리던 풍경이 사라졌다. 회식 때는 술 대신 콜라로 건배하며 부하 직원에게 건배사도 시키지 않는다. 대구 공직 사회에 불고 있는 조직 문화 개선 바람이다. 주로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무원을 달래기 위해 이렇게 문화를 바꾸고 있다.

대구시는 22일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고 MZ세대 공무원의 퇴직을 막기 위해 근무 4대 혁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구시에서는 1990년대 이후 출생한 공무원 기준 2022년에는 65명 중 17명, 지난해에는 89명 중 8명이 퇴직했다.

4대 과제에는 우선 ‘인사철 떡 돌리기 자제’가 있다. 인사철이 되면 근무시간에 떡을 돌리는 관행이 있는데, 이는 업무 공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방문일정 조율’ ‘떡 구매’ 등 불필요한 일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올 1월 대구시의 대규모 정기 인사 후에는 개인적 친분에 의한 축하 선물 등은 소소하게 있었지만, 떡 돌리기나 부서장 주도 하의 의례적인 방문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는 연가 사용 눈치 주기 자제다. 공무원은 연가·육아시간·유연근무 등 다양한 복무 제도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조직 내 ‘눈치 보기’ 문화로 인해 쓰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구시는 최근 부서장 대면결재 없이도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휴가 등을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간부 공무원들이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 근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서 유연 근무를 이용하는 직원 수가 2021년 6%에서 지난해 32%로 급증했다. 또 공무원 자녀 육아 시간 이용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이용률이 77%로 늘었다.

부서장 지시와 일정에 맞춘 저녁 술자리 위주 회식도 바뀐다. 예고된 점심 위주로 회식을 진행하는 등 ‘계획 없는 회식 자제’도 MZ 공무원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시 총무과는 지난 16일 점심에 술 대신 콜라를 든 잔으로 건배하며 회식했다. 약속도 부서원이 원하는 날로 잡았다. 마지막으로 개인정보는 비상연락망 구축을 위해 최소 범위로 공개하기로 했다.

대구시 한 MZ 공무원은 “예전엔 ‘오늘 저녁에 회식이나 할까’라며 급하게 회식이 잡혀 개인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달라졌다”며 “의례적인 떡 돌리기도 사라져 새 업무를 익히는 데 시간을 더 쓸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에게 공무원연금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761명이던 2030세대 퇴직자 수는 지난해 1만1067명으로 2배 수준이 됐다. 인사혁신처가 자체 설문조사를 해 분석한 결과 공무원 퇴직의 주된 원인으로 ‘낮은 보수’ ‘경직된 공직문화’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가 꼽혔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방공무원 보수를 전년 대비 2.5% 올려 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저연차 청년세대가 주를 이루는 9급 공무원은 봉급이 1호봉 기준 6% 인상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조직 내부의 낡은 관행을 타파하는 극세척도(克世拓道·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감)의 자세로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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