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배꼽 옆에 웬 덩어리가… “로봇으로 복벽 재건 권합니다”

민태원 2024. 1.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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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복벽 탈장
하태경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
한양대병원 하태경 교수가 환자에게 복벽 탈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기침이나 과도한 운동 등 복압이 올라가는 상황이 반복되면 수술 후 해당 부위 근육이 약해져 복벽 탈장이 발생하기 쉽다.

장기가 복벽 통해 빠져나오는 현상
방치하면 장폐색·합병증 가능성
비만·변비 등 복압 높으면 위험 커
로봇 수술 다음날 바로 퇴원 가능

평소 축구 등 격한 운동을 즐기는 30대 직장인 한모씨는 2년 전 배꼽 부위에 뭔가 돌출돼 이상함을 감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튀어나온 부분이 점점 커지고 복통과 구토 증상까지 느꼈다. 급히 찾은 병원에서 '복벽 탈장'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이후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다 최근 수술 부위가 다시 볼록하게 튀어나왔고 탈장이 재발했다는 의사의 말에 당혹스러웠다.

작은창자 같은 몸속 장기가 배의 피부밑으로 삐죽 튀어나온다면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씨가 겪은 ‘복벽 탈장’이 바로 그런 병이다. 각종 질환으로 복부 수술 후 소장을 포함한 내부 장기가 약해진 복벽을 통해 돌출되거나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하태경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는 22일 “복부 수술 후 절개한 근육이 점점 약해져 복벽 탈장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탈장 수술을 받았어도 수술 후 근육이 충분히 강화되지 않거나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경우 재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침을 하거나 과도한 운동을 할 때 기존에 수술했던 부위의 피부밑으로 부드러운 덩어리가 만져지면 탈장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탈장 초기에는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모르고 방치할 경우 장폐색으로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탈장 크기가 점차 커져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증가하고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방법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재발 위험도 커진다.

하 교수는 “특히 크기가 5㎝ 이상인 난치성 복벽 탈장은 반드시 로봇을 이용한 복벽 재건술을 시행해야 정밀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국내 몇 안 되는 로봇 복벽 재건 수술 전문가다. 그에게 복벽 탈장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복벽 탈장을 겪는 사람이 많나.

“사타구니(서혜부) 탈장은 많이 알려졌으나 복벽 등 다른 부위 탈장에 대한 인식은 낮다. 대퇴부(넓적다리)나 등에도 드물게 탈장이 생긴다. 국내 연간 탈장 수술 3만여건 가운데 약 5000건이 복벽 탈장에 해당한다. 복벽 탈장은 개복이든 최소침습이든 배에 상처를 내는 수술 후 생긴다. 배 수술을 받을 때 합병증으로 복벽 탈장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환자는 많지 않다. 의사들도 명확히 얘기하지 않는다.”

-탈장 위험이 큰 사람은.

“복벽 탈장은 복압과 관련 있다. 비만이거나 기침을 많이 하거나 변비·전립선비대증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복압이 높아질 수 있다. 나이 들고 이런 위험 요인이 자꾸 반복되면 수술 상처를 봉합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약해질 수 있다. 복부 수술 시 주로 이용되는 배꼽 주변에 탈장이 가장 많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거나 당뇨병이 있거나 방사선 암 치료를 받는 이들도 취약하다.”

-어떻게 알 수 있나.

“대개 우연히 발견된다. 피부 아래로 부드러운 덩어리가 만져진다. 피부가 얇으면 장이 움직이는 게 보이기도 한다. 돌출 장기는 소장이 가장 많지만 틈이 크면 대장이나 간도 튀어나올 수 있다. 뭔가 튀어나오면 깜짝 놀라 병원을 찾는다.”

하 교수는 “대부분 초기에는 통증이 없지만, 간혹 장이 복벽 사이에 끼여 복통이 심해지고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땐 장폐색으로 낀 장을 빼주는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후 복벽 탈장을 해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위험하지 않나.

“일반적으로 안전한 수술로 알려져 있으나 치료 시기를 놓쳐 합병증이 동반되면 위험성이 커지고 회복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경우 과거에는 전체를 개복해 수술했기에 더 위험했지만, 최근엔 로봇이나 복강경을 활용해 탈장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절개된 부위를 수술 전과 같이 복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로봇 수술은 1㎝보다 작은 구멍을 통해 로봇팔과 카메라를 이용해 정밀하게 진행함으로써 복벽의 혈관과 신경을 보존할 수 있다. 수술 후 통증과 합병증이 적어 다음 날 퇴원 가능하다.”

-최근 주목받는 로봇 복벽 재건 수술은.

“탈장 수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떻게 수술할지가 중요하다. 현재 복강경을 이용해 복강 안에 인공막을 대서 장의 돌출을 막는 고전방식(IPO M)이 대세이나 이 수술법은 수술 부위에 물이 차고 재발률이 30%나 된다는 단점이 있다. 복벽 탈장, 특히 재발성 탈장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복벽 구성 근육을 각각 분리하고 근육 별로 다시 연결해 원래 복벽을 만들어주는 복벽 재건술(복횡근박리법)이다. 5㎝ 미만 작은 탈장은 양쪽 부위를 끌어다 붙여 꿰매면 되지만 5㎝ 이상 큰 탈장은 로봇(다빈치Xi)을 이용해 복벽 재건 수술을 해야 합병증이 적고 재발이 거의 없다.”

하 교수는 “복벽 탈장 환자가 점점 늘고 있으나, 2년 전 국내 도입된 이 수술법으로 복벽을 재건할 수 있는 병원이 아직 많지 않고 수술 가능한 의사도 2~3명에 불과한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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