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퇴 요구 아니다" 韓 "사당화 아니다"…갈등 봉합 시도
22일 대통령실과 '한동훈 비대위'가 가까스로 최악의 충돌을 피했다. 전날 정면 충돌로 치달았던 용산 대통령실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확전 자제·출구 모색’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궤를 같이한 결과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여권내 긴장감은 팽팽했다. 한 위원장이 아침 출근길에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과 관련 “그 과정에 대해선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사퇴 요구가 있었음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해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도 했다.
친윤계는 “한 위원장이 작심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며 부글부글했다. ‘한동훈 당 윤리위 회부’, ‘윤재옥 원내대표 대행 체제’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여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비대위원장이 임기 3년 남은 대통령을 기어이 무릎 꿇릴 수는 없다”며 “이런 식으로 자기 정치에 몰두하면 설사 총선에 이겨도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에 해악을 끼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행선을 달리는 듯했던 당정 기류는 점차 누그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전날 경북 지역 의원들에게 “최근 정국 상황과 관련해 고견을 듣겠다”며 긴급회의 소집을 공지했던 송언석 의원은 모임을 취소했다. 지도부 중진 차원에서 “대통령실-한동훈 비대위 간 갈등이 당장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는 건 막아야 한다”는 주문을 전달한 결과였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여권 중진들이 종일 바쁘게 움직인 가운데 점심 직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한 위원장과의 추가 만남을 타진 중’이라는 소식이 당에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일부 언론에선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한 뜻이 한 위원장의 무조건 사퇴는 아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은 내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후배였다. 내가 오죽하면 신뢰와 지지를 철회한다는 말까지 했겠느냐”고 마음을 누그러뜨렸다는 소식이었다. 이날 오전 배수진을 치면서도 ‘김경율 직접 사과’를 지시해 최소한의 갈등 봉합 공간을 열어뒀던 한 위원장도 간접적으로 윤 대통령 측에 그간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원희룡 전 장관을 인천 계양을에, 김경율 비대위원을 마포을에 소개한 것은 험지에 나가겠다는 유명 후보를 내세워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였다”는 게 한 위원장 측 설명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무총장, 원내대표, 인재영입위원장 등 간부들과 사전에 논의를 거친 사안”이라며 “사당화라는 대통령실 지적에 한 위원장이 크게 서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한 야권 공세를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말이 국민의힘 중진 등을 통해 용산에 전달되기도 했다.
이날 당·정이 확전 대신 갈등 수습과 출구전략을 모색한 데에는 ‘총선 70여일 전’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자칫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는 ‘공천 개입’에, 한 위원장은 정치적 생명력을 잃을 수 있는 ‘정권 배반’이라는 꼬리표에 부담을 느끼고 양측 모두 한발씩 물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문제를 놓고 “(한 위원장이) 절차적으로 약간 오버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한 위원장과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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