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10년 만에 단통법 폐지 추진…가계 통신비 부담 줄어들까
정부가 이른바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를 추진한다. 통신사들간의 경쟁을 촉진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한편에선 특정 소비자에게 혜택이 집중됐던 단통법 시행 전 문제를 보완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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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정부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생활 규제 개혁'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민생 토론회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했다.
토론회 결과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가 지원금을 공시하도록 한 의무와 유통점이 제공하는 추가 지원금의 상한선(공시지원금의 15%)을 규정한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내놓으며 추가 지원금 상한을 15%에서 30%로 확대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이보다 한발 더 나갔다.
예를 들어 공식 출시를 앞둔 갤럭시S24에 대한 통신사의 공시 지원금이 20만원이라고 하면 현재는 유통점이 15%(3만원)까지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는 출고가보다 최대 23만원 할인된 금액으로 단말기를 살 수 있었다. 단통법 폐지로 추가 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면 더 많이 할인받을 수 있다.
다만 단통법 폐지는 국회 입법 사항이어서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방 실장은 이날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도록 하겠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언제 시행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정부는 통신사와 일정 기간(보통 2년) 약정할 경우 통신 요금 25% 정도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혜택을 유지할 방침이다. 추후 선택 약정 할인율도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
이게 왜 중요해
단통법은 2014년 지역이나 유통점에 상관없이 모든 이용자가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게 하자는 취지로 제정돼 시행됐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통신 3사가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 투입하는 비용을 줄여 통신 요금을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큼 통신 요금 인하가 이뤄지지 않았고, 단말기 비용 혜택만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러는 사이 통신 3사 수익성은 개선됐다. 지난 2021년 합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겼고, 올해까지 3년 연속 4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방 실장은 민생토론회에서 "10년 전 도입한 단통법 규제가 정작 국민 이익은 제대로 못 지키면서 기득권만 배불리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비 부담 줄 것" Vs. "일부 이용자만 혜택 문제 재발"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가계 통신비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관심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월평균 가계 통신비 지출은 2020년 12만원에서 2021년 12만8000원, 지난해 3분기 13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계 통신비는 단말기 할부 대금과 통신사에 납부하는 통신비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전문가들은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 간 경쟁이 촉진되면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영선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경쟁을 촉진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사업자의 가격 경쟁을 막아 소비자들의 혜택을 빼앗아 갔던 게 단통법"이라며 "폐지된다면 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한 만큼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있다. 황동현 한성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통신 3사의 경쟁이 활발해진다면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통법을 아예 폐지하면 시행 이전에 IT 소외계층은 혜택 받지 못하고 일부 이용자만 혜택을 독식하는 문제가 재발할 수 있어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통신 시장이 포화됐고, 공시지원금보다 선택 약정 위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알면 좋은 것
정부는 이날 웹툰, 웹소설 등 웹 콘텐트에는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15%로 제한된 도서 가격 할인 한도를 영세 서점에서는 유연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도서정가제는 판매가 목적인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해서 판매하는 제도로, 정가 15% 이내에서 가격 할인과 경제상 이익 제공을 조합하는 것은 가능하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신산업인 웹툰·웹소설에는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하되, 이 과정에서 출판계 등의 우려를 감안해 창작자 등 피해가 없도록 공정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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