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7만원 아꼈다"…'환승대출' 주담대 머니무브 1.6조 육박

오효정 2024. 1. 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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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지난 12일 온라인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탄 뒤 매월 27만원을 절약하게 됐다. 주담대 잔액 약 2억6000만원의 대출금리가 연 5.34%에서 연 4.3%로 내려가면서다.

2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아파트 주담대 갈아타기 신청 금액이 1조596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에 아파트 주담대가 포함된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집계된 수치다.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싼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자 고금리에 시름하던 대출자들이 대거 몰렸다. 9일간 5대 은행에 들어온 신청 건수는 9271건에 달했다.

가계대출판 ‘머니무브’가 본격화하자 시장 선점을 위한 금리 인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주담대 대환 최저금리는 3.64~3.75%로 형성됐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19일 기준 3.895%를 나타낸 점을 고려하면, 대출금리가 조달금리보다도 낮게 책정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비중을 높이려고 유도하는 상황과 대환대출 고객 유치 경쟁이 맞물리면서, 은행들이 고정형 주담대의 가산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낮춰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원 기자


‘환승 고객 모시기’에 각종 이벤트도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3월 21일까지 자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대환대출을 완료한 고객에게 첫 달 대출 이자를 최대 50만원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29일까지 자사 앱이나 영업점에서 대환대출 고객 500명에게 최대 2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준다. 하나은행은 3월 29일까지 대환대출 고객 2000명에게 최대 75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증정한다.

대환대출 서비스 초기부터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은행 간 실적 격차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대환대출 신청을 받은 은행에는 8670억원이 몰렸지만, 신청 액수가 550억원으로 가장 적은 은행도 있었다. 다만 대출 신청 건이 실제 실행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향후 변동도 예상된다. 대환대출 심사가 완료된 이후에도 대출자가 더 나은 조건의 대출을 발견하면 약정을 체결하지 않는 등 ‘갈아타기’ 절차 자체가 쉬워진 영향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혼합형 주담대 대환 최저금리는 각각 3.498%‧3.67%로 4대 은행보다 낮게 책정됐다. 특히 카카오뱅크에는 갈아타기 서비스 시작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리면서 하루 접수량을 뛰어넘어 잠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비용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대출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중도상환해약금 면제 혜택 등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환대출 인프라 구조도. 사진 금융위원회


은행권에선 대출 갈아타기 움직임이 한동안 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2021년 저금리 시기에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던 대출자들의 갈아타기 수요가 크다는 점에서다. 실제 2020~2021년을 거치며 불어난 은행권 주담대 잔액(전세대출 포함)은 지난해 말 기준 850조4000억원에 이른다. 31일부터는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도 개시되면서 은행 간 갈아타기 고객 유치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경쟁이 은행권 수익성 저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대출금리 하단이 3.6~3.7%대로 떨어지면서 3.5%대의 예금금리와 비슷한 수준이 되자,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에 비해 이자 수익이 많이 남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며 "금융 소비자들이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 쉽게 대출 조건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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