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존슨의 딸 윌로우, V-리그에 진심이다…"3년간 기도했던 꿈 현실로" 감격

최원영 기자 2024. 1. 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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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한국을 향한 진심이 묻어난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은 22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를 대체할 새 외인 윌로우 존슨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흥국생명은 최근 계속된 부진과 태도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옐레나를 교체하기로 결정, 윌로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난주 주중 관계자들이 영입 작업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약 나흘 만에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 20일 입국해 선수단에 합류한 윌로우는 비자 발급을 기다리며 흥국생명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예정이다.

윌로우는 22일 구단을 통해 "평소 K-컬처(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한국 리그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명문구단인 흥국생명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게 돼 영광이다"며 "한국 리그의 수준이 기대된다. 흥국생명을 우승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윌로우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도 따로 인사를 남겼다. 그는 "3년 동안 기도하며 바랐던 내 꿈이 드디어 현실로 이뤄졌다. 기회를 준 흥국생명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흥국생명 구단이 공식 계정에 올린 환영 글을 함께 첨부했다.

윌로우는 앞서 두 차례 V-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202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그러나 어느 팀에도 지명받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대체 외인이긴 하나 올 시즌 마침내 V-리그에 첫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남은 정규리그 5, 6라운드 총 12경기는 물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봄배구 무대에서까지 활약을 선보인다면 다음 시즌 재계약을 노려볼 수 있다. 윌로우의 어깨에 달렸다. 한국 입성과 동시에 '배구여제' 김연경과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 역시 윌로우에겐 값진 경험이 될 전망이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윌로우는 오른쪽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갈 잠재력을 갖춘 선수다. 시원한 공격력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선수라 믿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윌로우는 올 시즌 흥국생명이 급하게 대체 외인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부터 함께했던 옐레나에게 부진 장기화 등 문제가 생기자 결단을 내렸다. 윌로우가 대체 선수로 낙점됐다.

이번 시즌 옐레나는 24경기서 501득점(공격성공률 39.98%)을 빚었다. 리그 득점 8위, 공격종합 성공률 10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었다. 또한 여자부 내 다른 걸출한 외인들과 견줘도 아쉬웠다.

특히 2라운드 142득점(공격성공률 45.42%)이었던 기록이 3라운드 132득점(공격성공률 37.54%)으로 떨어졌다. 공격정확도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4라운드엔 98득점(공격성공률 34.84%)에 머물렀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과 아시아쿼터 외인인 아웃사이드 히터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가 대신 분투해야 했다.

흥국생명은 "20일 입국한 윌로우가 팀에 빨리 녹아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지난 시즌부터 함께 한 옐레나 선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1998년생인 윌로우는 신장 191㎝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다. 2018년 미국배구지도자협회(AVCA) 우수선수상을 받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2020년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 졸업 후 2020-2021시즌 튀르키예 니루페르 벨레디에스포(Nilüfer Belediyespor)를 거쳐 2020년부터 미국 프로리그에서 활동해 왔다. 흥국생명 합류 전에는 미국 애슬레틱 언리미티드 소속으로 뛰었다.

윌로우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전설의 투수 랜디 존슨의 딸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신장 207㎝의 좌완투수였던 랜디 존슨은 빅리그에서 1988년부터 2009년까지 꾸준히 활약을 펼쳤다. 통산 618경기(선발 603경기) 4135⅓이닝에 출전해 303승166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29, 탈삼진 4875개 등을 자랑했다.

랜디 존슨은 현역 시절 빅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5차례나 수상했고, 올스타에도 10차례 선정됐다. 은퇴 후 2015년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득표율 97.3%를 선보였다. 부친의 DNA를 물려받은 윌로우가 배구 코트에서 실력을 뽐내려 한다.

흥국생명은 지난 17일 GS칼텍스전을 끝으로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했고, 오는 21일 훈련을 재개했다. 다음 경기는 5라운드 첫 게임인 오는 30일 김천 한국도로공사전이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승점 50점(18승6패)으로 2위를 유지 중이다. 승점 58점(19승5패)인 선두 현대건설과 격차가 큰 편이다. 역전 우승을 위해서는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야 한다.

2018-2019시즌 통합우승 후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렸던 흥국생명은 도로공사에 2승 후 3연패로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고배를 마셨다. 역대 V-리그 챔프전에서 1, 2차전 2연승을 달린 팀이 우승하지 못한 사례는 처음이었다. 올해 자존심을 회복하려 한다.

사진=흥국생명, 윌로우 존슨 SNS, 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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