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살인’ 최윤종, ‘무기징역’에 고개 갸웃…유족은 오열

양한주 2024. 1. 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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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서울 신림동 등산로에서 최윤종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여성 유족들이 최씨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 "죽는 날까지 참회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다만 "피고인의 불우한 가정환경과 실패, 심리적 문제가 범행으로 이어진 복합적인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 사회와 영구히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수형 기간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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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선 선고 내내 울음소리
피해자 유족 “가석방 없이 계속 교도소에 있길”
서울 신림동 등산로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성폭행하려는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최윤종이 22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최씨가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뉴스


대낮에 서울 신림동 등산로에서 최윤종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여성 유족들이 최씨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 “죽는 날까지 참회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 삼촌은 “우리 조카는 없지 않나. 나쁜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조건으로 (형을) 받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며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0년간 정보공개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 제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도 명령했다.

법정에는 피해자의 유족과 동료 교사 등이 참석해 법정을 가득 메웠다. 선고가 진행되는 10여분간 법정에서는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최씨가 법정에 들어서자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카키색 수의를 입고 손목에 수갑을 찬 채로 법정에 선 최씨는 선고가 진행되는 내내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는 등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의 주문 낭독을 듣기 위해 잠시 일어선 동안에도 혀를 내밀고 입을 움직이는 등 산만한 행동을 했다.

1심 법원은 “최씨가 피해자의 목을 팔로 감은 상태로 체중을 실어 누른 사실이 있고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점 등에 비춰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실하고 모범적이며 용기 있는 여성이었던 피해자는 등산로에서 자신을 공격한 피고인에 대해 최대한 저항했고 그 과정에서 겪은 공포와 고통의 정도는 가늠할 수 없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유가족에게 참담한 심정을 넘어 극도의 분노를 느끼게 했다.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배상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의 불우한 가정환경과 실패, 심리적 문제가 범행으로 이어진 복합적인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 사회와 영구히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수형 기간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배경을 밝혔다.

최씨는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언급하자 고개를 갸웃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고가 끝난 뒤에는 재판부나 유족들을 향해 별도의 인사 없이 구속 피고인이 사용하는 전용 출입구로 퇴정했다. 재판이 끝나자 한 유족이 오열하는 소리가 법정에 울렸다.

선고 후 유족들은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피해자 오빠는 “동생은 20살 때 서울교대에 합격했고 집에 손 한번 안 벌리고 15~16년을 고생했다. 사고 며칠 전에도 부산에 와서 ‘방학이니 같이 밥 먹고 추석 때 보자’고 얘기했는데 그걸 못 하게 돼서 너무 아깝다”며 울먹였다. 또 “가해자가 가석방 없이 계속 무기징역으로 저 안(교도소)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최윤종이 변호사 접견을 할 때 사형이나 무기징역 중 하나를 선고받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서는 ‘그럼 제가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으니 그렇게 얘기한 것 같다”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삼촌은 “피해자 엄마는 지금 아무 생활을 못 하고 있는데, 재판 과정을 보니 피고인은 막 싱글싱글 웃더라”며 “참 열심히 사는 조카를 잃었는데 형량이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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