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간 '文·明의 시대'…"옛 실세들 반성 없다" 친문 출마에 친명 맞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간의 균열이 표면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친문(친문재인)그룹’과 ‘친명(친이재명)그룹’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전략실장을 지낸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은 21일 3선 도종환 의원(청주 흥덕)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친문 핵심이다. 애초 서울 동작을로 후보자 검증을 신청해 지난 11일 적격판정을 받았던 이 전 부원장은 “기득권 연장의 낡은 틀을 깨겠다”며 열흘 만에 지역구를 바꿨다.
21일 오후 서대문갑 출마를 철회했던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2일 오전 경기 성남 중원으로 지역구를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이다. 이 의원은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는 (윤 의원이) 출마하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성남은 이재명 대표의 심장이자, 이 대표가 꿈꿨던 나라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통일비서관을 역임한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지난 정부의 비서실장이셨던 임종석·노영민과 구로구에 7번째 출마가 되는 이인영 의원 등이 출마하면, 국민이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대결처럼 볼 수 있다”며 “물러서는 것이 맞다”고 적었다.
이 같은 양상은 지난 10일 친문계가 윤영찬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고, 11일 임종석·노영민·박경미 등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가 총선 후보자 적격판정을 받으면서 본격화됐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옛 실세들이 반성 없이 전면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친문계는 반발했다. 윤영찬 의원은 22일 “나는 1994년 김대중 총재의 전담 기자로 시작해 노무현 대통령 정권 재창출을 곁에서 지켜봤고, 문재인 정부와 함께해온 자랑스러운 당원”이라며 “(이수진 의원이) 민주당의 역사와 정신을 얼마나 아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22일 CBS라디오에서 “친문 세력 중에 경험이 있고 준비된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마땅히 힘을 합해야 한다”며 “이 분위기로 가다 보면 제3지대로의 탈당 행렬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신의 이름을 섞은 조어를 직접 만들어 “문명(文·明)의 시대로 가야 한다”(2023년 3월 5일)고 했던 이재명 대표는 최근 계파 정면충돌 양상엔 침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비공개 기자간담회에선 ‘자객 공천’이란 말에 “지금 공천을 했느냐”고 되물으며 “공정하게 경쟁을 붙이는 데 왜 ‘자객 공천’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 언어도단이다”라고 반박했다.
갈등이 불거지는 사이 이른바 ‘문명(文·明) 대진표’도 확정되고 있다. 이 대표 수행 업무를 맡아온 모경종 전 민주당 대표실 차장은 친문계 신동근 의원 지역구(인천 서구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서울 은평을(강병원 의원),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경기도 안산 상록갑(전해철 의원)에 각각 도전장을 냈다.
2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최종윤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하남에선 민병선 전 이재명 대선 캠프 대변인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경미 전 의원이 맞대결을 준비 중이다. 또 서울 금천에서는 ‘이재명의 변호사’를 자처하는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과 한정우 전 문재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현역 최기상 의원과 경쟁할 예정이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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