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죽음이 가져온 관계의 해부…칸 황금종려상 ‘추락의 해부’

임세정 2024. 1. 22. 16: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남편 사뮈엘(사무엘 테이스)이 눈 덮인 산 속 별장에서 추락사한 채로 발견된다.

그 시각 집에 있던 사람은 아내 산드라(산드라 휠러) 뿐.

사뮈엘을 부검한 결과 타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산드라는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산드라는 정말 남편을 죽인걸까, 아니면 자살한 걸까.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1일 개봉…산드라 휠러 주연
골든글러브·크리틱스초이스 어워즈 등 수상
영화 '추락의 해부' 스틸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남편 사뮈엘(사무엘 테이스)이 눈 덮인 산 속 별장에서 추락사한 채로 발견된다. 그 시각 집에 있던 사람은 아내 산드라(산드라 휠러) 뿐.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다녀오다 눈밭에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목격한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은 시각장애인이다. 사뮈엘을 부검한 결과 타살 가능성이 제기되고, 산드라는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산드라는 정말 남편을 죽인걸까, 아니면 자살한 걸까. 혹은 사고를 당한걸까. 평화로운 별장은 스릴러의 무대로 바뀐다. 친구이자 변호사인 뱅상(스완 아를로)과 함께 산드라는 지난한 법정 싸움을 시작한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영화 '추락의 해부' 스틸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평소 사뮈엘이 습관처럼 녹음했던 일상의 흔적들은 중요한 증거 자료로 제출된다. 부부의 말다툼 속에서 이들을 갈등하게 한 다양한 요인이 아들 다니엘을 비롯해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여과 없이 까발려진다.

사뮈엘은 소위 ‘잘 나가는’ 작가인 아내에게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위기감을 토로하며 양육과 가사분담의 불공평을 주장한다. 두 사람은 아들의 시력을 앗아간 사고의 책임 소재를 묻고 서로를 원망한다. 산드라의 성적 취향과 외도 사실, 말다툼 끝에 벌어진 폭력까지 드러난다. 검사와 언론은 살인 여부와 상관 없어보이는 부부의 사생활을 파고들고, 다니엘은 혼란에 빠진다.


영화 '추락의 해부' 스틸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관객들은 어느새 배심원이 되어 사건의 진실을 좇게 된다. 하지만 이쯤되면 사뮈엘의 죽음이 자살이었는지, 타살이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된다. 진실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산드라도, 다니엘도, 배심원과 증인들도 자신이 진실이라 믿는 것을 믿는다. 부부의 심리가 해부되고 가족의 신뢰가 해체됐다는 사실만이 명백할 뿐이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추락의 해부’가 오는 31일 개봉한다. 영화를 연출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피아노’(1993)의 제인 캠피언, ‘티탄’(2021)의 쥘리아 뒤쿠르노에 이어 여성 감독으로는 세 번째로 이 상을 받았다. 영화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비영어권작품상과 각본상을, 크리틱스초이스 어워즈에선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영화 '추락의 해부' 스틸사진.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연인인 각본가 아서 하라리와 함께 시나리오를 쓴 트리에 감독은 사뮈엘 사망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과정 속에서 관계의 추락을 담아냈다. 산드라 역을 맡은 독일 배우 휠러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긴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억울하게 용의자로 몰린 것 같다가도 순간 남편을 죽인 사람처럼 보인다. 휠러는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전작 ‘시빌’(2019)에 이어 휠러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트리에 감독은 “그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이 인물에 복잡성과 깊이를 더해줄 거라 믿었다”며 “휠러는 모든 대사에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현실감을 더했고 촬영이 끝날 무렵 그가 이 프로젝트에 자신의 일부를 바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유일무이한 연기”라고 말했다. 러닝타임 152분. 15세 이상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