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이쑤시개' 튀겨 먹기 유행… 식품 공학 전문가 “당장 그만둬야”

이채리 기자 2024. 1. 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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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팩트]
사진=유튜브 채널 '내하루' 캡처
최근 녹색 이쑤시개를 기름에 튀겨 먹는 영상이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인기다. 녹말을 주성분으로 하는 녹색 이쑤시개를 뜨거운 기름에 넣으면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올라, 바삭한 식감을 내는 과자처럼 변한다는 것이다.

녹말 이쑤시개는 옥수수 전분이나 감자녹말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성분으로 만들어져, 튀김으로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졌다. 정말 녹말 이쑤시개를 튀겨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식품 공학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과자처럼 바삭바삭해지는 이유 … 펌핑 현상 때문
녹말 이쑤시개가 기름에 튀겨지면서 확 부풀어 오르는 이유는 바로 수분에 있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하상도 교수는 “전분제 이쑤시개 제품의 경우 옥수수 전분, 감자녹말 등의 탄수화물 성분과 8.8~12% 정도의 수분을 함유하는데, 200도 이상의 뜨거운 기름과 닿게 되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순식간에 온도가 올라가고, 이쑤시개가 확 부풀어 오르는 펌핑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때 기름은 아래로 가라앉고, 수분은 위로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이쑤시개의 부피가 커지면서 바삭한 식감이 완성된다.

◇“식용으로 하면 유해물질 용출 규격, 훨씬 더 까다로워”
식용이 아닌, 위생용품으로만 보면 전분제 이쑤시개의 안전성은 입증됐다. 소비자안전센터 식의약안전팀은 업소용 이쑤시개의 안전성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이쑤시개의 ▲납, 비소, 카드뮴, 수은 4가지 유해 물질 함유 여부 ▲허용 기준치 외 타르색소 함유 여부 ▲이산화항 ▲위생용품 표시 기준 충족 여부를 조사했다.

납은 우리 몸에서 소화기계 이상, 신장 독성 등을 일으키고, 비소는 발암물질 중에 하나로 결막염, 황달을 유발함과 동시에 호흡기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뮴 역시 발암물질로 기관지염, 폐기종, 이타이이타이병 등을 일으킨다. 수은은 쇠약, 오한, 신장 장애 등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졌다. 유해 원소 용출 허용 기준은 납의 경우 1.0mg/L 이하, 비소의 경우 0.1mg/L 이하로 설정됐다. 조사 결과, 모든 전분제 제품(8개)에서 4종류의 유해 원소가 불검출 돼 안전 기준에 부합했다.

이쑤시개 안전기준 표​./사진=소비자안전센터
타르색소 검출 여부 역시 허용된 색소 이외에는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8개 중 4개 제품에서 ‘식용색소 청색 1호’와 ‘식용색소 황색4호’가 각각 검출됐다. 그러나 이들 기준치 역시 위생용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식용으로 했을 때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고온에 튀긴다고 해서 유해 물질이 파괴되는 것도 아니다. 유해 물질과 타르 색소는 그대로 남아있다.

하상도 교수는 “이쑤시개를 먹을 때의 위해성은 아무도 검토하지 않았을뿐더러, 유해 물질의 기준치 이내 값을 정확히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용으로 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개 식용으로 할 경우 중금속, 유해 원소 등의 용출 규격 기준치가 위생용품에 비해 더 까다롭다. 위생용품을 식용으로 해선 안 되는 이유다.

◇녹말 이쑤시개, 8개 중 3개… 제품 정보 표시 미흡 
전분제 이쑤시개의 경우 위생용품 표시 기준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제품도 많다. 이쑤시개 제품은 공중위생법 시행규칙 제38조에 근거해 ▲제품명 ▲제조(수입) 업소명 ▲소재지 ▲제조연원일 ▲ 제조업신고번호 ▲중량·용량 또는 수량 ▲반품장소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센터에 따르면 8개 중 3개의 제품이 표시 미흡으로 드러났다. 전분제 이쑤시개인 A 제품은 위생용품 표시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고, B 제품은 소재지, 제조연월일, 반품 장소를 표기하지 않았다. C 제품은 소재지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쑤시개 표시 실태 현황​./사진=소비자안전센터

이처럼 제품 설명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전분제 제품을 식용으로 했을 경우 추후 일어날 문제에 대해 책임 소재를 놓고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분제 이쑤시개는 식용으로 먹는 것으로 허가된 제품이 아니므로 먹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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