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겐 공포의 방학?…밥주고 공부까지 시키는 여기는 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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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밑그림 주위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시 성만교회(이찬용 목사)에서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미술 활동이 한창이었다.
성만교회는 11년째 방학에 초중고생 아이들을 돌봐주는 '독서마라톤'을 운영한다.
세 자녀를 모두 독서마라톤에 보냈다는 임선미 집사(여·44)는 지난 18일 "방학에 아이들 식사 준비하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도움을 받다 보니 교회를 향한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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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밑그림 주위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완성해 가는 아이들의 손길이 사뭇 진지하다. 지난 18일 경기도 부천시 성만교회(이찬용 목사)에서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미술 활동이 한창이었다. 대안학교 미술 교사인 김수영(여·58) 권사가 진행하는 수업에는 20여명의 초등학생들과 3명의 보조교사가 참여했다.
자녀의 돌봄 공백이 커지는 방학은 맞벌이 부부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각 교육청에서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지만 추첨 순위 안에 들지 못하면 이용이 쉽지 않다. 주중에 유휴공간을 활용해 돌봄 공백을 메워주는 교회의 사례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성만교회는 11년째 방학에 초중고생 아이들을 돌봐주는 ‘독서마라톤’을 운영한다. 이름 그대로 마라톤 하듯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책 읽기를 마라톤(42.195km)에 접목해 책 1쪽을 1m로 계산하고 목표코스를 완주하도록 독려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80여명의 아이들이 오가는데 프로그램 중간에 자연스럽게 학원에 갔다 오기도 한다. 교회는 일종의 거점인 셈이다. 김 권사는 “독서마라톤은 3040 학부모 성도들이 많이 모이는 우리 교회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라며 “동시에 아이를 독서마라톤에 보냈다가 교회에 등록한 부모들이 적지 않다”고 자랑했다.
책만 읽는 건 아니다. 학업에 도움이 되는 영어 수학 특강도 개설한다. 자칫 아이들이 지루해할 수 있으므로 미술 음악 활동도 한다. 박물관 투어를 가기도 하고 서점에서 종일 책을 읽기도 한다. 아예 1박 2일이나 2박 3일씩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올해는 미국과 캄보디아에서 독서마라톤을 겸한 여행을 진행했다.
점심에 교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독서마라톤이 맞벌이 부부들에게 사랑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소시지 볶음 햄구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세 자녀를 모두 독서마라톤에 보냈다는 임선미 집사(여·44)는 지난 18일 “방학에 아이들 식사 준비하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도움을 받다 보니 교회를 향한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회가 10년 넘게 이런 프로그램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성도들의 헌신 덕분이다. 현직 교사를 포함한 교인들이 강사 돌보미 식당 봉사 등으로 지원한다. 자녀를 독서마라톤에 보낸 학부모들이 먼저 나서면서 프로그램이 유지·발전할 수 있었다.
이찬용 목사는 “방학에 학원을 한 두 군데 보낸다고 해도 남는 시간이 적지 않다”며 “아이가 집에서 혼자 컴퓨터 게임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독서마라톤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교회 공간을 주중에 비워둘 이유가 없다”며 “축소사회로 접어드는 가운데 교회가 자산을 활용해 교인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구로구 고척교회(차동혁 목사)도 올해로 20년째 ‘고척 재미난 방과후교실’(원장 김세정)을 운영 중이다. 방학에도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보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용 정원 40여명은 대부분 교회와 무관한 지역사회 아동들이다. 정부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지만, 교회에서도 해마다 1500만원의 전입금과 관리비 등을 보조한다. 김세정 원장은 “교회 공간에서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설을 이용하는 분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더라”며 “주민들의 실질적 필요를 채우는 선한 활동이 교회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부천=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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