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가사 없는데 또 통했다…BTS 기록 잇는 '퍼펙트 나이트'

어환희 2024. 1.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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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and my girlies/We gon party til its early’ (나와 내 친구들/우린 아침까지 파티를 열 거예요.)
노래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파티를 외치면서 시작된다. 4세대 대표 걸그룹 르세라핌의 첫 영어 디지털 싱글로, 지난해 10월 발매 후 국내외에서 계속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첫 영어 디지털 싱글 '퍼펙트 나이트'. 뮤직비디오는 세계적인 게임회사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2'와 협업해 만들었다. 사진 쏘스뮤직

BTS 이후 첫 멜론 1위 ‘영어곡’…‘오버워치 2’ 뮤비 협업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이 노래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 11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최신 차트인 1월 20일 자 ‘글로벌 200’에선 18위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200’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지역에서 집계된 온라인 스트리밍과 디지털 판매량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앞서 르세라핌은 지난해 5월 발표한 정규 1집 타이틀곡 ‘언포기븐’(UNFORGIVEN)으로 해당 차트에서 23위까지 오른 적이 있는데, 이번에 ‘퍼펙트 나이트’로 팀 최고 순위를 경신하게 됐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200’ 차트에서 이 노래는 8위를 기록했다. 이 역시 자체 최고 순위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 차트 성적이다. ‘퍼펙트 나이트’는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톱100·일간·주간·월간 차트 1위를 석권했다. 한국어 가사가 전혀 없는 영어 노래로 국내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BTS(방탄소년단)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일간 차트에서는 지난 11월 20일 자 1위에 오른 뒤 약 한 달간 순위를 지켰다. 연말 캐럴 음악의 강세로 잠시 순위가 하락했지만, 지난달 28일 자로 일간 1위를 되찾았고 올해 첫 주 주간차트(1~7일) 1위에 올랐다.

미국 게임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오버워치 2’와 협업해 만든 뮤직비디오도 화제가 됐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 수 2400만회를 넘어섰다.


편안한 분위기 속 ‘이지 리스닝’이 인기요인


국내외에서 ‘퍼펙트 나이트’가 히트한 요인으로 '힘 빼기' 전략이 꼽힌다. 르세라핌은 지난 2022년 데뷔 이후 줄곧 강렬한 콘셉트를 앞세웠다. ‘피어리스’(FEARLESS),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언포기븐’ 등 제목에서부터 센 기운이 느껴지는 타이틀 곡을 선보였고, 주체적이고 굳은 의지를 담은 음악과 묵직한 퍼포먼스는 이들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르세라핌에 ‘커리어 하이’를 안겨준 ‘퍼펙트 나이트’는 기존 타이틀 곡과는 정반대의 콘셉트다. 노래는 부드러운 기타 연주와 함께 ‘투 스텝’(2-Step) 비트가 깔리며 몽환적인 멜로디가 이어진다.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우리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퍼펙트 나이트’에선 ‘함께라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는 내용을 가사에 담았다. 친구들과 밤새워 놀면서 자유로운 에너지를 느끼는 소녀들의 유쾌한 밤이 그려진다.

'퍼펙트 나이트'로 인기몰이 중인 르세라핌은 내달 19일 미니 3집 '이지'로 돌아온다. 사진 쏘스뮤직


작곡·작사는 총괄 프로듀서인 방시혁, 멤버 허윤진을 비롯해 데뷔 때부터 함께 해 온 프로듀서팀 13이 맡았다. 소속사 쏘스뮤직 측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장르인 R&B와 혼합된 UK개러지와 마이애미 베이스의 교차점에 있는 노래”라며 “글로벌 청취자를 고려해 처음으로 영어 디지털 싱글 발매를 결정했고, 가사 또한 모두 영어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국내 인기 요인에 대해선 “곡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 덕에 반복 청취를 해도 피로감이 없고, 가사 대신 멜로디가 먼저 각인돼 영어 가사임에도 국내 청취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국내에서 영어 가사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진 지 오래다. 찰리 푸스·아리아나 그란데 등 해외 팝스타의 곡들도 국내 차트 순위에 올라올 정도로 언어에서 오는 차이가 크지 않다”면서 “‘퍼펙트 나이트’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주요 요인은 어떤 TPO(시간·장소·상황)에서 재생해도 거리낌이 없는, 요즘 트렌드를 담은 ‘이지리스닝’ 음악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르세라핌은 다음 달 19일 미니 3집 ‘이지’(EASY)로 돌아온다. ‘언포기븐’ 이후 9개월 만에 발표하는 앨범으로, 당당한 모습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과 고민에 대한 내용을 담아낼 예정이다. 오는 4월엔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 무대에 오른다. K팝 걸그룹 중 코첼라 무대에 서는 것은 블랙핑크 이후 두 번째인데, 르세라핌은 역대 한국 가수 중 데뷔 후 최단기간(1년 11개월)에 이 축제에서 단독 공연을 하게 됐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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