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수원FC 맏형' 이용이 동생들에게…"큰 선수가 되려면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김희준 기자 2024. 1. 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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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원FC).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수원FC 맏형 이용이 어린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용은 2010년 데뷔한 이래 울산HD와 전북현대를 거치며 십수 년간 우승 경쟁만 해왔던 선수다. 전북에서는 단 한 시즌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었다. 국가대표로서 2014년과 2018년 월드컵까지 경험한 베테랑이다.


그러다 지난해 수원FC에서 처음으로 강등 문턱을 경험했다. 부산아이파크와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전반 종료 때까지는 1, 2차전 합계 1-3으로 2부리그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용을 비롯한 수원FC 선수들은 후반에 죽을 힘을 다해 경기를 뛰었고, 합산 스코어 6-4 짜릿한 역전에 성공하며 K리그1 잔류를 확정지었다.


지금도 그 경험은 이용에게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아있다. 이용은 지난 9일 '풋볼리스트'를 만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실점 이후에는 경기를 우리쪽으로 가져왔는데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김현 선수가 첫골을 넣은 뒤로 골을 휘몰아쳤다. (이)광혁이가 연장에 1, 2차전 승부를 뒤집는 역전골을 넣었을 때도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이 컸다"고 소회했다.


올 시즌에는 변함없는 맏형으로서 수원FC와 함께한다. 2018년 월드컵 때부터 줄곧 맏형 역할을 맡았다는 이용은 최근 B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등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관심이 많다.


올 시즌 수원FC는 김은중 감독 부임 이후 평균 연령이 낮아진 팀이기 때문에 이용 같은 베테랑들이 더욱 중요하다. 이용은 후배들에게 "나는 유소년 때까지만 해도 실수하는 걸 두려워했다"며 "실수를 하더라도 더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걸 두려워하면 큰 선수가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수원FC). 서형권 기자

- 지난 시즌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수원FC 이적도 갑작스럽게 진행됐는데


2022년에 수원FC 임대를 끝내고 전북에 돌아갔고, 김도균 감독님도 인연이 되면 또 보자고 하셨다. 전북에서 스페인 전지훈련을 마치고 시즌 첫경기도 소화했다. 그런데 개막전 끝나고 갑작스럽게 수원FC에서 연락이 왔다. 나도 전북보다 수원FC에서 기회를 더 많이 받을 거라 생각했고, 김도균 감독님도 나를 매우 원해서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 영입 공식 발표가 있고 곧바로 수원FC에서 경기를 소화했는데 혼란은 없었는지


경기 전날 밤 계약서에 서명한 뒤 사진을 찍고 바로 호텔로 들어갔고, 다음날에 경기를 뛰었다. 다행히 재작년 임대왔을 때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 있었고, 친한 동료들도 많아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다. 몸은 조금 힘들었다. 근육 부상 때문에 쉬다가 다시 운동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괜찮으니까 최대한 빨리 경기를 뛰라고 해서 진짜로 뛰었다.


- 계속 우승 경쟁을 하는 팀에 있다가 처음으로 강등 위기를 겪은 기분이 어땠나?


솔직히 전북에서는 우승이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순간 우승하는 게 익숙해졌던 것 같다. 수원FC 임대 시절을 제외하면 하위스플릿(파이널B)으로 떨어진 적도 없었고, 강등이라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막상 강등 위기가 닥치니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나도, 선수들도 마지막까지 절대 강등은 안 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 팀으로서도 어려웠지만 개인으로서도 힘든 시즌이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 조바심도 있었을 법한데
부상 때문에 경기장에서 도움이 될 수는 없었지만 바깥에서 고참으로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와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 때마다 선수들을 찾아가 격려해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 리그 11위로 다이렉트 강등을 피하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1차전에 선발로 나서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2경기를 치러야 했다. 부산과 첫 경기를 뛰고 3일 뒤에 경기가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배려를 해줬다. 1차전에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그게 또 2차전에 연장까지 뛸 수 있는 힘이 됐겠다) 맞다. 만약 1차전을 뛰고 와서 이틀 쉬고 또 경기를 했으면 연장까지 뛸 수는 없었을 것이다.


-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 극적으로 합계 동점을 만들고, 연장에서 골을 휘몰아쳤다. 그때 심경이 어땠는지


너무 좋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전반에 먼저 1골을 실점했지만 이후에는 경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오면서 찬스도 많이 나왔다. 근데 그 1골이 안 들어가는 거다. 그러다 김현 선수가 멋있게 첫 골을 넣었고, 그때부터 골을 휘몰아쳤다. (이)광혁이가 연장에 (1, 2차전 합계) 역전골을 넣었을 때도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이 컸다.


K리그1 잔류 확정 후 수원FC. 서형권 기자

- 잔류 확정하고 나서 전 동료들이나 팬들에게도 연락을 많이 받았겠다


전북에 같이 있던 선수들은 당연히 '축하한다, 진짜 응원 많이 했다'고 연락을 해왔다. 친했던 선수들에게는 다 연락이 왔다. (그중에 기억나는 연락이 있다면) (김)보경이랑 친한데, 보경이가 자기 마음이나 상황이 많이 안 좋았을 텐데도 축하한다고 먼저 연락을 했다. 그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 시즌 끝나고 한 달 동안 휴식기가 있었는데


지난 시즌 경기 끝나고 다음 날부터 B급 지도자 교육을 다녀왔다. 재작년 12월에 C급을 수료했고 C급에서 B급은 1년 후에 취득할 수 있어서 시즌 끝나고 바로 준비를 했다. 지도자 자격증을 차근차근 준비하려 한다.


-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김도균 감독이 떠난다는 발표가 났는데 따로 연락했는지


새해 때 연락을 드렸다. 그전에는 감독님도 바쁠 것 같고, 나도 지도자 연수를 가서 더 여유있을 때 연락했다. "감독님이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했는데 작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고 보내니 감독님도 "너무 고마웠고 앞으로 너의 축구 인생도 응원한다.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고 하셨다.


- 올해는 김은중 감독과 함께하게 됐다. 지금까지 경험한 김은중 감독은 어떤 스타일인가?


진중한 감독님 같고, 단합을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미팅을 했었는데 "나이 있는 선수들을 존중하겠지만 너희가 운동장에서 먼저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우리 팀이 어린 선수들과 고참 선수들 사이에 나이 차가 크다. 그래서 우리가 경기장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또 감독님은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수를 싫어하신다고 하더라. 나도 맏형으로서 그런 후배들이 나온다면 잘 타일러서 올 시즌을 잘 이끌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용(수원FC). 서형권 기자

- 맏형도 오래 해왔으니 올해도 수원FC를 잘 이끌 것 같은데


2018년 월드컵 때부터 맏형이었다. 6년째 맏형이다(웃음). 감독님도, 코칭스태프도 다 바뀌었고 선수단도 많이 바뀌었다. 내가 경기를 뛰든 안 뛰든 감독님, 코치님, 우리 선수들을 많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수원FC에서 동계훈련을 같이 못했는데 올해는 동계 때부터 같이 훈련하면서 천천히 김은중 감독님 스타일로 바꾸고, 감독님께 도움을 많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 출장 기록 같은 개인적인 목표는 욕심이 없나?


그런 목표는 따로 없다. 올해로 한국나이 39살이다. 경기에 대한 욕심이 없으면 안 되겠지만, 경기에 못 나간다고 절대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을 거다. 오히려 내가 못 나가더라도 선수들을 더 독려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려 한다.


- 선수 생활 이후를 염두에 두는 듯하다. 지도자 자격증도 그 일환인가?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돼있어야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만약에 은퇴하고 바로 지도자 제의가 왔을 때, 준비가 안 돼있으면 원하는 곳을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지도자 자격증을 따놓으려고 하는 거다.


- 만약 지도자가 아니라면 어떤 미래를 생각하는지


축구 선수를 하면서 우여곡절이 좀 있었다. 부상도 있었고, 유소년 때 힘든 과정도 있었다. 그래서 유·청소년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엘리트 코스만 밟고 성장하는 선수만 있지는 않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을 위한 작은 강의나 토크콘서트 같은 것도 생각 중이다.


이용(수원FC). 서형권 기자

- 나중에 토크콘서트를 열거나 지도자가 됐을 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요즘 젊은 친구들도 자기 관리를 되게 잘한다. 시스템이나 훈련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유소년 때까지만 해도 실수하는 걸 두려워했다.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도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실수를 많이 했고, 그게 반복되니 자신감도 없어졌다. 보다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게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 유·청소년 때, 신인 때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실수하면 욕을 먹고 혼도 나겠지만 그런 걸 두려워하면 큰 선수가 되지 못한다.


- 이번 시즌에 어떤 어린 선수가 수원FC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 같은지


이제 훈련 이틀 차다. 그래서 아직 어린 선수들과 공도 차보지 않았고 미처 파악을 못했다. 그나마 알고 있는 선수들은 있다. (강)상윤이라는 친구는 전북에 있을 때 유스에서 되게 눈여겨봤던 친구다. (이)준석이는 인천 소속일 때 봤다. 한 번 맞붙어봤는데 열심히 하고 피지컬도 좋고 괜찮다 싶었다. 그래서 두 친구를 눈여겨보고 있고, 잘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우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작년에는 성적이 안 좋아서 마음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올해는 그런 마음고생 덜 하게끔 동계 때부터 준비를 잘해서 시즌 개막전에 좋은 시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개막전 때 꼭 뵀으면 좋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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