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카 24대에 피카소 그림도…현금 산처럼 쌓아둔 건물주 정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자금 수백억원을 국내로 들여와 세탁한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초고가 외제 차나 선박, 부동산, 유명 작가 미술품 등을 사들이거나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 범죄 수익을 정상적인 자금인 것처럼 꾸민 채 호화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백억 세탁하며 강남땅 사고 슈퍼카 굴렸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보성 부장검사)는 도박사이트 운영 범죄 수익을 자동차·선박업 등에 투자하는 등 정상 자금처럼 세탁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총책 A씨(42)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들 범행을 도운 조직원·가족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부동산실명법과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8년 7월부터 2022년 8월 사이 필리핀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사용하던 550억원을 넘겨받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고가 외제차인 이른바 ‘슈퍼카’ 수입 업자로, 도박 자금 가운데 83억원을 넘겨받아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 고가 외제차 24대를 수입ㆍ판매하는 등 수법으로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40억원 상당의 초고급 슈퍼카 ‘부가티 시론’을 차명으로 사들이고, 시가 수억원대 명품 시계를 수집하는 등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해왔다고 한다.
이외에도 A씨는 140억원을 들여 타이어 회사를 인수해 운영했고, 서울 강남 신사동 부지를 164억원에 매입해 빌딩을 지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술을 전공한 A씨는 피카소나 무라카미 타카시·이우환·백남준 등 유명 작가의 미술품 47점도 사들였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들 작품 값을 매기기 어렵다. 다만 A씨가 갤러리에 입금한 금액이 최소 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A씨가 찍은 돈다발 사진을 근거로 그가 현금으로 최소 500억원을 보유했던 것으로 추산한다
A씨의 아내 B씨(31)와 장모 C씨(60)도 범행에 가담했다고 한다. 이들은 9억~27억원에 달하는 부산 해운대구 소재 아파트 세 채를 순차적으로 사들였다가 되팔았고, 17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여러 계좌로 분산 이체하며 자금 세탁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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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세탁 도운 60대는 수협조합장 당선
도박사이트에서 나온 자금은 여러 개의 대포통장을 거쳐 자금 세탁 일당이 보유한 출금 계좌 100개에 분산 입금됐다. 자금인출책과 관리책 등은 이들 계좌에서 매일 최대 6억원을 뽑아 A씨 등에게 보냈다. A씨 이외에도 자금 세탁 ‘큰손’ 역할을 한 건 D씨(60)다. 이들 조직에서 자금인출책으로 일하는 조직원(32)의 부친이자 선박 사업자인 D씨는 도박 자금 140억원을 현금으로 받아 어선과 부동산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이 같은 범행 이후 수협조합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합장에 당선되기 전 범행했고 조직원인 아들이 이미 구속된 점, 범죄수익 대부분이 회수된 점 등을 고려해 D씨는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550억 중 535억 확보한 檢, 사이트 운영자 추적 중
한편 검찰은 이 도박 사이트를 실제로 운영하다 2019년 해외로 도피한 E씨(35ㆍ베네수엘라 국적 취득)에 대해서는 “필리핀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현지 사법당국과 공조해 찾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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