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위원장, 역대 최악... 조직의 수장으로서 의심스럽다" [이게 이슈]
[차원 기자]
▲ 류희림 위원장 사퇴 촉구 피켓 앞에 앉은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 |
ⓒ 차원 |
"최소한의 견제조차 사라진 상황을 즐기면서 막무가내로 편파 심의에 나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그런다면 우리 노조와 직원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방송 콘텐츠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는 현재 본연의 업무가 아닌 다른 일들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일가친척과 지인들을 동원해 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이다.
민원은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해 방송한 KBS, MBC, JTBC, YTN 등을 심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류희림 위원장은 심의 및 징계 관련 회의에 직접 참여했고, 해당 방송사들에 대해선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징금 의결을 강행했다. 청부 심의 의혹을 비판했던 두 명의 방심위원은 해촉됐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 지부장은 현재 방심위 내에서 류희림 위원장에 맞서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2005년 방심위의 전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시절 입사한 그는 "방심위 직원들이 이렇게 언론자유의 투사처럼 보이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공정성을 심의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기에 스스로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다. 조금이라도 정파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조직 문화 속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일련의 상황은 그동안 볼 수 없던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위원장 퇴진 투쟁을 결심하기까지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1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노조 사무실에서 김 지부장을 인터뷰했다.
▲ 김준희 지부장이 류희림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 |
- 한 달 전, 가짜뉴스 심의 전담센터에 관한 <오마이뉴스> 인터뷰 이후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이 터졌다.
"그렇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짜뉴스 심의센터'가 위원회의 가장 큰 골칫덩이였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류희림 위원장이 일가친척과 지인들을 총동원해 민원을 사주한 의혹이 공익 신고를 통해 드러났다.
그 정도 정황이 보도됐으면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게 맞는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서더라. 그리고 곧바로 내부 감사, 검찰 수사 의뢰가 이어졌다. 결국 15일에는 방심위 역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집에 들어온 도둑을 보고 '도둑이야!' 소리쳤는데, 누가 고성방가하냐고 찾아내겠다는 격이다. 류 위원장은 민원인들에게 사과 입장까지 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정작 공익 신고된 민원 사주 의혹을 조사해야 할 국민권익위원회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권익위에 1차로 익명 신고가 들어간 이후, 1월 12일에 우리 사무처 직원 150명이 실명으로 현재 보도된 내용들이 사실로 판단된다는 신고를 다시 넣기도 했다. 거의 모든 직원이 함께해 모두가 제보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신속한 조사 착수를 요구하고 있는데, 권익위가 과연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자세한 진행 경위를 말해달라.
"국민의힘에서 국기문란 사형 중대범죄 등 강한 이야기들이 나올 즈음인 9월 4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 나와 <뉴스타파>를 겨냥해 발언했다. 그날 저녁부터 갑자기 민원이 쇄도했다. 사무처 직원들은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1년도 지난 방송의 민원이 갑자기 들어오는데, 내용도 다 비슷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9월 5일 방심위에서 KBS, MBC, JTBC, YTN 등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를 심의하기 위한 방심위 방송소위 회의가 열렸다. 류희림 위원장의 동생이 민원이 넣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일가친척을 모두 동원했을 줄은 몰랐다."
- 청부 민원을 비판한 김유진·옥시찬 방심위원이 해촉되는 일도 있었다.
"민원사주 의혹 제기를 봉쇄하려는 발악이다. 두 분은 이 의혹에 대해 전체 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 정도 사안이면, 위원장의 입장을 직접 듣고 위원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모든 전체 회의가 다 무산됐다. 고의 파행으로 회의도 못 한 거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촉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촉 건의안을 재가했는데, 방심위의 독립성을 적극적으로 무너뜨린 행위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임기가 보장된 독립기구인 방심위의 위원이 5명째 해촉됐다. 사유들이 정말 민망할 정도로 사소한 것들이다. 심지어 동일하거나, 더욱 심각한 사유가 있는 여권 추천위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염치없는 일이다."
-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나.
"근본적으로 방심위 위원 구성 자체가 정치 편향적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다. 사실 정치 편향 문제는 이전 정권에서도 쭉 있었다. 편파적인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존재했다. 독립기구지만 독립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정치권에서 위원들을 추천하기 때문에, 본인을 추천해 준 정당이나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이 들지 않겠나. 정파적 이해관계가 개입되기 쉬운 거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일들은 없었다. 그래도 최소한 우리 업무의 특성상 공정을 위한 노력은 해야 하는데, 지금 류희림 위원장은 조직의 수장으로서 대표자로서 그런 인식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가짜뉴스 심의센터도 용산을 향한 제스처 아니었겠나."
▲ 방심위 직원들이 사무실 자리에 류희림 위원장의 사죄와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걸어 놓은 모습 |
ⓒ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 |
- 가짜뉴스 심의센터는 어떻게 됐나.
"다행히 지난 연말로 운영이 중단됐다. 파견 직원들도 모두 원래 부서로 복귀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센터 운영이 안정됐기 때문에 상시 신속심의로 전환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그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일단 센터 운영이 중단된 건 잘된 일이다. 현재 가짜뉴스 신속심의 절차는 각 실무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신속심의에 대한 근거도 없을뿐더러 가짜뉴스의 정의에 대해 위원회 내에서 합의된 적도 없는 등 문제는 여전히 있다.
그리고 센터 운영 중단은 우리 직원들의 저항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150명 직원들의 연대 서명과 팀장들의 실명 비판 등 직원들의 저지 노력으로 가짜뉴스 센터 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방심위 직원들의 평가는 어떤가.
"류희림 위원장은 역대 최악의 위원장이라는 반응이다.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6.8%가 미흡 혹은 매우 미흡으로 류 위원장의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했다. 사무실 안에 각자의 자리에 류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붙여놓기도 했다. 노조와도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다."
- 공익 신고자나 류희림 위원장에 반대하는 직원들에 대한 불이익은 없나.
"이미 공익 신고자 색출을 위한 내부 감사와 경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가 진행 중이지 않나. 그런데 이런 색출 작업 자체가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으로 불법이다. 불이익 조치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기도 하다. 노조는 어떤 불이익 조치에 대해서도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막아낼 것이다."
-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예상하나.
"정말 설마 설마 싶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임기가 보장된 위원들을 해촉한 것도 그렇다. 이렇게 방심위원 여야 구도가 4:1이 됐는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심지어 6:1로 바뀐다는 소문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체 회의도 열면 안 되는 거다.
방통위도 2인 체제에서 무리한 일들을 벌이다가 이동관 위원장이 물러나고 지금 김홍일 위원장이 오고 나서는 몸을 사리고 있다. 2인 체제 방통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 방심위도 차라리 그렇게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고, 최소한의 견제조차 사라진 상황을 즐기면서 막무가내로 편파 심의에 나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그런다면 우리 노조와 직원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작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한 과징금 결정에 대해서도 우리는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법원에 가면 100% 진다. 이렇게 지금까지 방심위에 잘못된 결정에 대해 비판하고 있었는데, 이 민원 사주 의혹 사태를 겪으며 류희림 위원장이 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한 방심위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 서울 목동 방송회관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 게시판에 걸린 류희림 위원장 비판 게시물 |
ⓒ 차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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