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사람 홀리네... 미래의 각수 위해 목판 파는 자들

남해시대 김희준 2024. 1. 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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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씨는 경남 남해군 고현면 탑동에서 나고 자랐다.

지난 12일, 고현면 대장경판각센터 2층에서 판각교실을 지도 중인 김효준씨를 만났다.

판각교실은 김효준 부회장과 배상근씨가 재능을 기부하고 강습생들은 보존회가 제공하는 장비와 목판을 무상으로 사용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 대장경판각센터는 미래의 각수들이 목판을 파며 만드는 화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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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만났습니다] 김효준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 부회장

[남해시대 김희준]

김효준씨는 경남 남해군 고현면 탑동에서 나고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타지 생활을 하다 지난 1982년 고향으로 돌아와 10년 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지금은 고려대장경판각성지보존회(이하 보존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대장경판각센터 2층에서 금요일마다 판각교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고현면에 대장경판각센터가 생길 때부터 중책을 맡아 꾸준히 판각지를 알려왔다. 그는 왜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닌 판각교실 강사로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걸까. 지난 12일, 고현면 대장경판각센터 2층에서 판각교실을 지도 중인 김효준씨를 만났다.
 
 김효준 부회장이 자신의 제26회 대한서화예술대전 특선 당선작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조 이옥봉의 `몽혼`이다.
ⓒ 남해시대
 
판각교실로 판각지 남해 알리고파

"판각지가 남해라는 사실에 늘 애착을 갖고 살아왔다. 대장경판각센터 설립 후로 센터 활성화와 판각지를 알리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

김효준 부회장은 김봉윤 당시 보존회 부회장, 강재우 회원과 함께 지난 2019년 함양에서 열린 대장경문화학교 전통판각강좌 1기를 수료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보존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다. 대장경판각센터가 준공되면 남해에서 각수를 배출해야 한다는 목표를 굳혔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판각강좌 1기 졸업생이 됐던 것이다.

현재 보존회가 운영 중인 판각교실은 각수 배출을 위한 초석이다. 서각은 책을 만들기 위해 제작되는 판각과는 많이 다르지만 초보자들이 나무와 가까워지고 도구가 익숙해지도록 서각을 먼저 교습한다고 한다.

큰 글씨부터 시작해 실력이 늘수록 점차 작은 글씨를 파고 상급자들은 반야심경을 판각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강습생들은 "잡념이 없어져 좋다.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할 만큼 강좌의 인기도 높다.

현재 판각교실은 김효준 부회장과 배상근씨가 맡아 지도하고 있다. 20여 명의 강습생들이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똑딱똑딱 나무판에 양각, 음악으로 글을 새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 강좌는 대장경판각센터가 설립된 이후 비정기적으로 수시 운영돼왔으나 작년부터 상시운영 강좌로 변경됐다. 판각체험이 취미를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고려팔만대장경의 판각지로서 남해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다. 남해 주민 뿐만 아니라 전국 누구든 판각을 배울 수 있다.
 
 대장경판각센터 2층에서 판각교실 수업이 한창이다. 초보 강습생들은 서각을 먼저 배운다.
ⓒ 남해시대
 
내일의 각수, 대장도감을 꿈꾼다

"서각부터 시작하지만 각수(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기능을 보유한 장인)를 양성하려는 강좌다. 각수를 보유한 대장도감이 남해에 생기길 바라고 있다."

대장도감은 고려후기부터 조선전기까지 해인사대장경판의 조성사업과 보존, 관리를 총괄하던 임시 중앙관서를 말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당시 출판 인쇄술의 전통적 역량을 결집하고 극대화시키는 중심 행정조직 역할을 했다.

분사대장도감이 있었던 판각지 남해에 분사가 아닌 대장도감이 생기길 바라는 것이 김효준 부회장의 꿈이다. 최종적으로는 "남해의 대장도감에서 고려팔만대장경 정신을 이어받은 각수들이 대장경 경판을 재현해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는 "판각교실을 상시 운영하기로 했는데, 항상 아쉬운 것은 재료비다. 기회가 되는 데로 재료를 사모으고 있다"고 한다. 판각교실은 김효준 부회장과 배상근씨가 재능을 기부하고 강습생들은 보존회가 제공하는 장비와 목판을 무상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만만치 않은 재료비가 늘 아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의 중에는 강습생들에게 입버릇처럼 "목판이 깨질까봐 무서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연습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 대장경판각센터는 미래의 각수들이 목판을 파며 만드는 화음이 가득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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