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유도하는 드라마 범람 속…‘느리게’ 파고드는 틈새 [D:방송 뷰]

장수정 2024. 1. 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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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코믹 액션 강세 속
잔잔하지만, 여운 깊은 멜로 드라마 인기

시한부 암 환자가 자신의 절친과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툼을 벌이던 중 살해를 당하게 된다. 그러나 2회 차 인생이 시작되며 그의 시원한 복수를 기대하게 했다.

언급된 모든 내용은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첫 회에 담겼다. 1회 만에 폭풍 같은 전개를 보여주며 빠르게 본론에 진입한 이 드라마는, 이후 2회 차 인생을 시작한 강지원(박민영 분)이 남편과 절친에게 복수를 시작하며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 중이다.

주말 드라마를 넘어, 아침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드라마 초반 강지원이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심한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감내하는가 하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동창회에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등 갈등을 선보이는 과정이 다소 지나치고, 올드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욕하면서 보는’ 맛만큼은 확실하다는 평과 함께 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드라마 ‘마에스트라’, ‘나의 해피엔드’ 등 불치병, 불륜, 혼외임신 등 자극적인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주인공들의 ‘정의구현’ 과정을 시원하게 담아내며 ‘사이다’를 선사하는 작품도 한 축을 차지 중이다. 앞서 남다른 괴력을 지닌 세 모녀가 강남 신종 마약 범죄에 맞서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낸 ‘힘쎈여자 강남순’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 방송 중인 ‘밤에 피는 꽃’에서는 수절과부가 밤이 되면 복면을 쓰고 담을 넘고 있다. 아이들을 납치해 인신매매하려는 조직에 맞서는 등 강남순 모녀와 마찬가지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렇듯 무겁지 않은 내용을 유쾌한 분위기로,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안방극장의 성공 공식이 되고 있는 가운데, 뚝심 있는 전개로 메시지의 깊이를 추구하는 드라마들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고구마 같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듣기도 하지만, 자극적인 작품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선사하며 지지를 받고 있다.

삼달(신혜선 분)이 어느 날 모든 걸 잃고 곤두박질치며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지창욱 분)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는 이야기를 담은 tvN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가 ‘힐링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다.

바람을 피워 남자친구를 빼앗고, 삼달의 포트폴리오까지 훔친 후배 사진작가를 향한 복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아 ‘고구마’라는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삼달, 용필이 부모 세대에서부터 쌓인 오해를 풀며 다시 맺어지기까지의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얽힌 사연들을 차근차근 풀어내면서 용필, 삼달 커플은 물론, 그들의 가족, 마을 주민들의 마음까지 함께 어루만지며 위로의 깊이를 더한 ‘웰컴투 삼달리’였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사랑을 지켜낸 삼달, 용필 커플의 순애보가 남긴 여운 또한 커질 수밖에 없었다.

ENA에서 방영되며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사랑한다고 말해줘’ 또한 느리고, 잔잔하지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멜로 드라마. ‘수어’를 통해 대화하지만, 때문에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게 된 진우, 모은 커플처럼 시청자들도 두 사람이 보여주는 소통의 의미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위기, 갈등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아닌,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통해 소통이란, 또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전하는 작품이었다. 이에 ‘요약이나 몰아보기가 힘든 드라마’로 꼽히기도 했다. 대신 드라마의 내용에 더욱 깊이 빠져들며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웰메이드 멜로 드라마’라는 수식어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우성은 요즘 드라마의 성공 공식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한 이 드라마에 대해 “소유냐, 소비냐. 이 차이인 것 같다. 소비하고 빨리 잊히는 드라마가 되느냐, 시간이 지나도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느냐. 그 차이인 것 같다. 저는 당연히 후자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며 “소비할 수 있는 드라마가 주는 에너지도 있다. 그런 것은 그런 것대로 있는 것이고 이런 드라마는 또 이런 드라마대로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편중되지 않은 문화가 중요한 것 같다”고 다양한 분위기의 작품이 필요한 이유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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