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골 침묵', 조규성의 시련... 클린스만 마음 바꿀까
[이준목 기자]
▲ 아쉬워하는 조규성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조규성이 슛 찬스를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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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이 생애 첫 아시안컵 무대에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부진한 활약으로 골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팬들의 비난 세례까지 시달리며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불과 1년 1개월 전만 해도 '월드컵 스타'로 혜성같이 부상했던 순간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조규성은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인 2021년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에서 헤더로만 2골을 작렬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한 경기 멀티골을 터뜨린 것은 조규성이 역대 최초로 한국축구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지난해 2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도 조규성을 붙박이로 중용했다. 카타르월드컵 이후 조규성은 경쟁자이던 황의조와 오현규를 제치고 A팀 주전 공격수 1순위 자리를 꿰찼다. 조규성은 월드컵 이후 지난해에는 덴마크 1부리그 FC미트윌란에 입단하며 유럽파의 반열에 올랐고, 유럽무대에서도 좋은 골감각을 유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최근 공격수 '빅3' 중 최고참이던 황의조가 최근 불미스러운 사생활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잠정 박탈 당하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2024 AFC 카타르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의 공격수 포지션에서는 조규성과 오현규, 단 두 명만을 발탁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굳이 새로운 공격수를 발굴하거나 실험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조규성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규성의 활약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상대로 조규성은 바레인-요르단과의 조별리그 1, 2차전에 모두 선발출전했으나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한국은 현재까지 5골을 터뜨렸지만 이 중 조규성이 득점에 관여한 장면은 없었다.
단순히 기록상 골이 안 나왔다는 것을 떠나서, 공격수로서 경기에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조규성은 바레인과의 1차전 전반 29분에 이재성의 땅볼 크로스를 이어받아 수비도 없이 완벽한 노마크 찬스를 얻었지만 슈팅은 골문을 크게 벗어나 하늘로 날려버렸다. 공격수임에도 볼터치가 19회에 그쳐 골키퍼보다도 볼을 만진 횟수가 적을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요르단과의 2차전에서도 조규성은 살아나지 못했다. 전반 프리킥을 한 차례 얻어낸 장면을 제외하면 페널티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전 종료 직전 이기제의 중거리 슛 이후 나온 세컨볼이 조규성 앞으로 떨어지며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으나, 다이렉트로 시도한 슈팅이 빗맞으며 땅에 맞고 바운드되며 그대로 골대를 넘어간 장면이 아쉬웠다. 후반 20분에는 비록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오기는 했지만, 홍현석이 연결해준 공을 상대 골키퍼까지 자리를 비워서 빈 골대에 슈팅을 때렸음에도 또다시 골문 위로 솟구쳤다.
더구나 조규성의 최대장점으로 여겨졌던 제공권 역시 요르단전에서는 네 번의 공중볼 경합에서 모두 상대에게 패배하며 놀랍게도 성공률이 제로(0%)를 기록했다. 볼터치는 14회, 패스는 8회로 한국선발 멤버중 모두 최저 기록에 그쳤다. 후반에도 조규성이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팀이 1-2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69분 만에 조규성을 교체하고 오현규를 투입해야 했다.
▲ 허탈해하는 조규성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요르단과 한국의 경기. 조규성이 자신의 슛이 골대를 벗어나자 아쉬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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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조규성은 아시안컵에서 2경기 연속 유효슈팅 0회, 빅찬스 미스만 3회라는 주전 공격수로서 충격적인 기록을 남겼다. 조규성의 심각한 부진은 에이스 손흥민과 이강인을 향한 수비 견제가 더욱 심해지는 나비효과로도 이어졌다.
사실 조규성의 부진에 대한 우려는 이미 아시안컵 이전부터 조금씩 제기되고 있었다. 조규성은 A매치 33경기에서 8골을 기록중인데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만 놓고보면 13경기 2골에 그치고 있다. 클린스만호의 첫 승을 기록했던 지난해 9월 사우디(1-0)와의 평가전에서 첫 득점을 기록한 데 이어, 아시아에서도 최약체로 꼽히는 11월 싱가포르(5-0)와의 북중미월드컵 2차예선 득점 이후로는 다시 A매치 4경기 연속 침묵중이다.
조규성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실망한 일부 팬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요르단전 직후 조규성의 개인 SNS에는 한동안 누리꾼들의 악플로 도배가 되기도 했다. 조규성이 아시안컵 직전 한 예능 방송에 출연하여 해외에서의 일상을 공개한 것이나, 머리를 길게 기른 스타일을 두고 외모에 신경쓴다고 문제삼는 내용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축구선수가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데 한눈을 파느라 기량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오히려 조규성을 옹호하며, 국제대회 때마다 일부 누리꾼들이 근거없는 주장을 바탕으로 인신공격성 마녀사냥을 일삼는 관행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만큼 잘하면 영웅이 되지만 못하면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은 모든 국가대표 공격수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조규성의 부진에도 경쟁자나 대체자를 준비하지 않은 클린스만 감독의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로 교체출장 중인 오현규는 A매치 9경기에서 아직까지 득점이 전무하다. 소속팀 셀틱에서도 주전경쟁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기감각에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새로운 공격수를 발굴하는 데 소홀했다.
남은 경기에서는 공격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리는 것이 유력한 플랜B다. 손흥민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도 종종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경험이 있다. 다만 한국을 상대로 주로 밀집수비를 구사하는 아시아팀들의 특성상 '손흥민 원톱' 카드가 적합한 전술일지는 미지수다.
다음 상대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최약체 말레이시아전인 만큼, 조규성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라도 클린스만 감독이 조규성 선발 카드를 계속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비록 최근 부진하지만 타깃형 공격수로서 조규성의 포스트플레이와 공중전 능력을 대체할 선수는 없다. 조규성이 어떻게든 살아나야 클린스만호도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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