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무늬로 마음 사로잡는, 환상적인 가창오리 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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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숙 기자]
겨울풍경이 아름다운 여행지로 매년 떠오르는 곳 중 하나가 군산에 있다. 성산면 나포십자뜰 앞 금강하구변으로 찾아온 겨울진객 가창오리 쉼터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남편 덕에 매년 이 철새손님들에게 눈인사 꽤나 하고 다니며 수십만 마리가 일제히 하늘에서 그려내는 환상적인 춤동작을 보고 싶어서 마음이 출렁거린다.
▲ 가창오리들의 황홀한 비상 십만여 마리의 가창오리가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날다(2023.1월) |
ⓒ 박향숙 |
이 오리는 평균 몸길이 35~40cm, 날개길이 21cm의 몸체로서 다채로운 색깔을 띤다. 특히 눈을 시작점으로 얼굴에 나 있는 천연색 줄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대부분의 동물 수컷이 그렇듯, 가창오리 수컷도 몸 전체가 청록색, 노란색, 붉은색, 그리고 검정과, 흰색등의 배합으로 화려하게 이를 데 없지만 암컷은 수수하고 부드러운 갈대빛을 띤다.
한때는 보호종이었지만 최근 개체수가 증가하여 환경부에서도 2012년 5월에 멸종위기동물 목록에서 제외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밀렵은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전 세계를 통틀어 평균 30여만 마리로 보고되고 있다.
가창오리는 군집 생활을 하는 습성이 있어서 아름다운 군무를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철새전염병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한때 군산에서 금강을 찾는 가창오리를 겨울관광상품으로 시도한 적이 있었다. 거대하게 철새조망대를 설치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시 정책이 있었는데, 이 전염병여파로 정책피해를 입었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그러나 역지사지해 보면 사람의 이기심이 늘 자연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아마 오리들 입장에서 보면 웃음만 나올 일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숫자 상당히 줄어든 겨울철새들
올해도 전국 주요 습지에 가창오리를 포함한 겨울철새 130만 여마리가 머무르고 있다고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보고했다. 이 보고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에서 14일, 사흘 동안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에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센서스)'를 실시한 결과 겨울철새 96종 130만 2500여 마리가 관찰됐다고 한다. 이는 작년 동월(약 140만여 마리)에 비교하여 상당히 줄어든 수라고 한다.
이들 중 오릿과 조류 중에서도 가창오리 36만 2천545마리, 쇠기러기 15만 7천72마리, 청둥오리 14만 7천79마리, 큰 기러기 10만 9천213마리, 흰뺨검둥오리 9만 851마리 등이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지역별로 보면 금강호에서 발견된 겨울철새가 36만 5천여 마리로 가장 많고 그중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가 95% 정도라고 보고한 글을 읽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창오리 군무를 기다리며 나포뜰(군산 성산면 3km에 달하는 농경지로 금강호와 마주하고 있다) 앞쪽과 서천마을 쪽을 몇 차례 돌아다녔다. 가창오리는 오릿과 에서 쇠오리 다음으로 몸체가 작아서 군집을 하지 않으면 생존의 위협이 노출되는 새다. 또한 적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여 경계심이 강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먹이 섭취 후에도 강물 한가운데에서 휴식을 취하며 노닌다.
이런 생태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진 한 장 찍겠다고 떼를 지어 와서 소란을 피우니 가창오리가 그 환상적인 군무를 가까이서 보여줄 리가 없다. 말 그대로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들에게 마음의 덕과 예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런 그들이 작년 이맘때쯤 먼저 손을 내밀며 나를 환대하였으니 가창오리들의 춤사위를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 가창오리의 벗, 쇠오리들의 놀이 호수 가운데는 가창오리, 언덕 경계에는 쇠오리. 새들의 성격이 다채롭다 |
ⓒ 박향숙 |
금강호에 둥지를 튼 가창오리는 1월 말경 고향 시베리아반도로 돌아가기 위한 채비를 시작한다. 귀향길에 충남의 삽교호에서도 머물고 일부는 군산보다 더 아래 지역인 영산강에서 쉬어가기도 한다고 들었다. 새들의 귀향시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깨에 고성능 카메라를 메고, 갈대숲에 서서 몇 날며칠을 서성거린다. 가창오리들의 멋진 군무비행사진을 한 장이라도 찍고 싶어 행운을 기다리는 것이다.
▲ 비상을 위한 예열작업에 한창인 가창오리 궂은 비 속에서 결국 비상하는 모습을 놓치고 돌아와서 아쉽다(2024.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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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창오리의 군무 세상에서 가장 큰 붕새로 변신한 가창오리군무(2023.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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