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교양도 아슬아슬…‘찬바람’ 부는 지상파 향한 우려 [D:방송 뷰]
“수익성 악화”를 호소 중인 방송가가 연이어 칼을 빼 들고 있다. 팬들의 반대에도 폐지를 결정한 KBS ‘홍김동전’부터 PD들의 반발을 부른 26년 전통의 시사교양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 논의까지.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이하 ‘세상에 이런 일이’)의 폐지설이 불거졌다. SBS 관계자는 “정해진 것은 없고 다각도로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시사교양본부 PD들은 이미 폐지 소식을 접하고, 이에 반대하는 뜻을 담은 성명서까지 사내 게시판에 게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BS 측은 ‘세상에 이런 일이’를 폐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방송국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비용 절감”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홍김동전’과 ‘옥탑방의 문제아들’을 폐지해 반발에 부딪혔었다. 지난 2018년 첫 방송된 이후 꾸준히 3~4%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던 ‘옥탑방의 문제아들’, 시청률은 낮았지만 ‘폐지 반대 청원’, ‘폐지 반대 트럭 시위’까지 이어질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홍김동전’ 모두 결국 기존의 결정을 뒤집지 못하고 끝이 났다.
폐지 반대 청원에 KBS는 시청층 확대를 위해 노력했으나 끝내 이뤄내지 못했음을 지적하면서 수신료 분리징수 등에 따른 KBS 재정난도 폐지에 한몫했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단순히 시청률뿐만이 아닌 수신료 분리징수 등으로 어려워진 공사의 재정 상황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임을 알려드린다. KBS는 앞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재미와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더 많은 시청자와 접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힘쓰겠다”고 말했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3000억원대의 누적 적자가 예상되는 KBS는 물론, 방문신 SBS 사장도 앞서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나빠진 (미디어) 환경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 때문인지 각 본부의 예상 지출과 예상 수입을 단순 취합한 결과 마이너스 수백억, 즉 상당 폭의 적자로 올라왔다”며 “적정 수준의 이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올해 경영목표를 조정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해진 가운데, 일부 프로그램들의 폐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항변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홍김동전’이 높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내에서는 높은 순위를 차지했지만, 방송 내내 1%대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년째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는가 하면 젊은 층의 뜨거운 지지를 끌어내며 팬덤을 형성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에도 불구, 제작진에게도 갑작스럽게 전해진 폐지 소식은 창작자들의 창작 의지를 꺾는 선택이었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폐지는 늘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어느 정도 ‘해볼 만하다’라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 폐지가 되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방송사 사정이 워낙 어려워 기존 시도조차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프로그램이 가능은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SBS 시사교양본부의 PD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는 저연차 PD 또는 작가들에게 ‘경험’을 쌓게 하는 의미도 있다며 프로그램의 또 다른 의미를 짚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막내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구성과 편집을 배우는 작가와 PD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실력을 쌓는다”며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에는 수익만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까지 아우르는 무형의 가치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본부 전체의 인재 양성 과정, 인력과 자원 배분의 문제를 뒤흔드는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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