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진심합심] 우린 그때 실패했죠, 이번엔 어떻게 해보실래요? 호준 코치님

안희수 2024. 1. 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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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호준 코치가 올해 퀄리티 컨트롤(QC) 코치를 맡는다. 이번 전지훈련 때 데뷔 2년차 포수를 전담 마크하는 미션을 받았다. 살 빼기는 만만찮은 과제다. 엄격한 통제로 목표 숫자까지 도달해도 실패로 돌아갈 때가 많다. 사람의 습관과 감정, 내면의 욕구까지 건드리는 접근도 필요하다. 사진=일간스포츠

기억나세요? 미국 애리조나 투산 캠프 때입니다. 이호준 코치님이 당시 NC 다이노스 선수단 주장이었죠. 10년 전쯤이겠군요. 000 선수를 많이 챙겼죠. “좋은 재능을 가진 후배”라고요. 그 친구를 주장 방으로 불러 이야기 많이 해 주었죠. 몸 관리 잘하라고 신경 많이 쓴 장면이 생각납니다. 

스타플레이어들이 유망주 때 어떠했는지, 자기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알려줬죠. 선배들 경험담을 나눠주던 그 시절 코치님 모습이 떠오르네요. 호준 코치님 자체가 신생팀의 후배 선수들에게 최고 롤 모델이나 마찬가지였죠. 그런 선배가 딱 찍어 “캠프 때 제대로 한번 해보자"라고 했으니 그 친구가 안팎으로 관심을 많이 받았죠.

이번에 호준 코치께서 새로운 역할 맡으셨군요. LG 트윈스 퀄리티 컨트롤(QC) 코치. 공·수·주 여러 분야의 코칭스태프와 선수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로 들었습니다. 감독님과 단장님께 먼저 이 포지션을 맡고 싶다고 요청드렸다면서요. 이뤄낸 것 축하드려요.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힌 것처럼 더욱 폭넓게 야구를 공부하면서 팀과 선수의 간극을 좁히게 돕는, 좋은 기회입니다.

QC로 새 출발 하는 올해 전지훈련인데 특별한 미션을 받으셨더군요. 입단 2년 차 포수 유망주 김범석 선수의 멘토가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소개됐네요.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인급 포수가 이번 캠프에서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준비하는군요. 호준 코치가 일대일로 붙어 몸 관리를 맡는다는 구상에서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큰 기대가 엿보입니다. 

관련 소식을 읽다 보니 앞에서 말씀드린 그때가 떠오르네요. 주목받은 유망주 선수를 맡아 챙겨 보겠다는 부분이 겹쳐요. 물론 그때와 지금 상황이 다르죠. 베테랑 선배였던 당시와 구체적인 업무를 맡은 코치로서 역할도 차이가 크고요. 그렇지만 몸 관리, 특히 살 빼기에 대해 방점을 찍은 호준 코치님의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그때 우린 실패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이번 캠프를 준비하는 호준 코치님을 위해 점검할 부분들을 살펴볼까 하는데요, 체크리스트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첫 번째 이슈입니다. 그 선수는 왜 살을 빼야 하나요. “부상 우려 때문이다.” 일리 있습니다. 과체중이 관절에 무리를 줘 부상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호준 코치님도 현역 때 무릎이 좋지 않아서 토마토 주스를 마시며 체중 관리한 것이 기억납니다. 그렇지만 부상 방지는 과정이지 목적일 수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 살을 빼 야구를 하는지 근원적 질문을 선수와 더 탐색하면 어떨까요? 이루고 싶은 꿈, 자기 모습, 롤 모델을 떠올리고 자주 표현하면 좋다고 해요.

두 번째로 야구선수에게 적정 체중이란 무엇인가요. 포수의 대명사, 양의지 선수만 해도 ‘인바디’ 값이 비만으로 나온다고 하잖아요. 여러 트레이닝 전문가에게 문의했으나 “사실 야구선수에게 적정 체중이란 게 없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굳이 기준을 잡으면 일정 수준의 체지방률이라고 할까요. 그렇지만 좋은 컨디션과 퍼포먼스를 낼 때의 수치가 선수마다 다르다고 하죠. 어린 선수지만 이런 내용을 모를까요? 몸무게 얼마를 빼자는 목표치를 납득할까요?

세 번째로 캠프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몸을 만든다’는 말이 어떻게 들릴까요? 팬들은 캠프에서 그렇게 하는구나 싶겠지만 우린 알잖아요, 캠프 땐 실전에 들어갈 몸 상태여야 한다는 걸요. 선수가 비시즌 때 캠프를 준비하는 루틴과 훈련, 캠프에서 할 프로그램이 나눠져 있을 텐데요. 이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도달할 각 단계와 목표 지점이 여럿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습관입니다. 선수가 살이 빠지고 찌기를 반복했더군요. 엄격히 통제된 캠프의 숙소 생활이 당장 효과를 보죠. 그렇지만 그것이 한계죠. 습관의 디테일을 분석하는 것도 행동 변화에 중요합니다. 동선과 행동을 조각조각 해부해 보세요. 기존 습관의 강한 저항을 이겨 내려면 바꿀 부분을 빠른 보상(재미·칭찬·효과 등)과 연결시켜 새로운 좋은 느낌이 승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수의 마음입니다. 돕겠다는 코치님 마음이나, 팀의 비전보다 선수가 어떻게 느낄까 세심히 살펴 주세요. 10년 전 그 후배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저도 궁금해 며칠 전 전화했습니다. 코치님도 한번 연락해 보세요. 행운을 빕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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