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굽고 치킨 튀기고” 외식업계, 주방 로봇 도입 ‘가속화’
외식업계 이미 상용화 시작
인건비 절약‧일정한 맛 보장
외식업계가 고물가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묘책으로 주방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대형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키오스크 도입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음식 조리부터 서빙까지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서빙 로봇 도입 대수는 3500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만1000대까지 늘었다. 시장 규모 역시 같은 기간 9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조리 로봇 역시 같은 기간 500대에서 10배 증가한 5000대가 보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만 살펴봐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식음료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로봇 시장의 선점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푸드 테크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살피며 미래 신사업을 모색했다.
CES 현장에는 생고기를 넣고 부위와 원하는 굽기 정도를 선택하면 3분 안에 스테이크 요리가 완성되는 영국의 ‘AI 그릴 퍼펙타’, 웍에 기름을 채우는 것부터 조리, 설거지까지 스스로 하는 일본의 요리 로봇인 ‘아이로보’ 등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도 CES2024 현장을 대거 찾았다. 특히 미래 ‘먹거리 분야’ 사업 구상에 대한 관심이 돋보였다. 그동안 CES에는 IT‧전자업계 오너 경영자들이 주로 발걸음했다면 올해는 유통‧식품가 차세대 리더들이 대거 현장을 찾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화그룹 3세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임원(부사장)은 CES 2024에 참석해 유통산업과 로봇기술이 결합된 ‘푸드테크’ 부스를 집중적으로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식품기업 풀무원도 CES 2024에 참가해 미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무인 즉석조리 자판기 ‘출출박스 로봇셰프’를 전시하고 현장을 찾은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식 메뉴 3종(육개장국수·떡국·식물성불고기덮밥)을 선보였다.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 역시 CES2024 참관 후 아워홈의 기내식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HACOR법인과 식음료 사업을 담당하는 미국OC(아워홈 케이터링)법인 등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미국 시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사업과 푸드테크, AI 도입 등을 기업 목표로 세우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CES 참관으로 미래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외식업계는 주방 로봇과 같은 푸드테크 도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로봇은 사람보다 단순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일정한 품질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객 만족도 향상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채택하는 분위기다.
외식 현장에 푸드테크를 도입하는 기업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7일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과 삼겹살 브랜드 ‘하남돼지집’이 삼겹살 초벌 과정에 인공지능(AI) 로봇을 도입했다. 이에 올 여름부터 하남돼지집에서 AI 로봇이 직접 구운 삼겹살을 맛볼 수 있을 전망이다.
비욘드허니컴은 음식의 실시간 조리 상태를 수치화해 학습하고, 쿠킹 로봇이 음식을 자동 조리해 셰프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AI 셰프 솔루션을 개발한 회사다. 하남돼지집의 원육 품질 유지, 초벌 기법, 서비스 방법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키친 솔루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정현기 비욘드허니컴 대표는 “하남돼지집의 전문적인 초벌 시스템을 AI 셰프 솔루션으로 구현한다는 건 매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라며 “직원이 고온의 초벌실에서 10~15분을 고생해야 했던 초벌구이 업무가 100% AI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말했다.
치킨업계는 이미 상용화 중이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1월부터 협동조리로봇을 가맹점 네 곳에 차례로 도입했다. 로봇으로 튀김과 조각 성형(불필요한 튀김 부스러기 제거 작업)까지 가능하다. 가맹점 동선과 조리 상황 등에 따라 매장 맞춤형을 움직임 조정도 가능해 효율성을 높였다.
협동 조리 로봇은 교촌치킨 전용으로 개발돼 교촌치킨 특유의 튀김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협동 조리 로봇은 가맹점 내부 동선, 다양한 조리 상황 등 각 매장에 맞게 맞춤형으로 움직임 조정이 가능하다. 원격 접속 기능도 갖추고 있어 로봇 이용의 편의성도 높였다.
이처럼 외식업계가 잇따라 푸드테크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조리와 서빙 등을 로봇에 맡겨 부족한 일손을 채울 뿐만 아니라 서비스 회전율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노동강도를 줄여줘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들은 식재료비 상승, 경쟁 심화와 함께 매년 인건비 상승을 주요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꼽아왔다. 특히 조리·서빙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외식업체 비중도 날로 심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빙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인건비 절감이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이 화두로 떠올랐다. 장기화 된 외식업 불황 속에서 인건비 상승 소식에 암울해 하고 있다. 경기 불황·소비자 식생활 트렌드 변화 등으로 외식 업황 악화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배가 됐다.
여기에 푸드테크는 인구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된 식품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푸드테크는 코로나19 이후 개인 맞춤형 소비, 비대면 소비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성장이 전망되는 산업 분야다.
이 때문에 업계서는 향후에도 외식업계 푸드테크 도입이 가속화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외식테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비해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작년 11월부터 배달로봇의 실외 이동이 가능해졌다. 한마디로 기술은 '달리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이나 제도 마련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향후에도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의 지속으로 외식업계 로봇 활용도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우리나라 외식테크가 발전하고 있지만 꾸준한 개발, 비용 등의 측면에서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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