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첫발 때 아프면 족저근막염, 치료는 스트레칭부터" [헬스조선 명의]

오상훈 기자 2024. 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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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족저근막염 명의’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박영욱 교수

 

신체의 단 2%. 발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2%가 나머지 98%를 지탱한다. 우리가 서고, 걷고, 뛰는 등 일상을 지탱하는 것도 두 발 덕분이다. 그런데 발은 몸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푸대접을 받곤 한다. 매일 보고 씻는 손과 달리 발은 낮에는 거의 못 보다가 샤워할 때나 자기 전에 잠깐 마주한다. 잘 보질 않아서 상처가 난 것도 나중에 알아차리곤 한다. 어느 날 발에 찌르고 화끈거리며 저리는 통증이 발생했다면 어떨까? 침대에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찾아온 통증이 걸어 다니는 내내 발생한다면 일상은 흔들리고 만다. 족부질환 중 유병률이 가장 높은 건 족저근막염으로 한해 환자 수만 26만5346명(2021년)이다. 대부분은 발을 막 써서 발생한다. 족저근막염의 원인,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해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박영욱 교수에게 물었다.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박영욱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발이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발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먼저 몸이 땅을 디디고 서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발바닥은 안정적인 ‘삼발이’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발목의 인대와 뼈가 지탱하고 있다. 안정적이기만 해선 안 된다. 역동적이기도 해야 한다. 걸을 때 힘이 발목, 중족부, 엄지발가락 끝에까지 전달돼야 잘 걸을 수 있다. 발은 안정성과 역동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기관이다.

-발바닥에 생기는 질환은 어떤 것이 있나?
발바닥은 앞꿈치인 전족부, 가운데인 중족부, 뒤꿈치인 후족부로 나뉜다. 앞꿈치에 발생하는 질환에는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는 무지외반증과 발가락 신경이 압박되면서 두꺼워지는 지간신경종이 대표적이다. 뒤꿈치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기계적인 손상에 의한 족저근막염, 신경 압박에 의한 신경인성 뒤꿈치 통증,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류마티스 질환에 의한 류마티스성 뒤꿈치 통증 등이다. 이중 가장 환자수가 많은 건 족저근막염으로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평생 한 번은 병원을 찾는 것으로 보고된다.

-족저근막이란 무엇인가?
족저근막은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하얀 막이다. 뒤꿈치부터 시작해 발가락까지 끈처럼 이어져 있다. 발이 역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때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걸을 때 발의 모양을 생각해보자. 체중이 부하된 상태라면 뒤꿈치부터 먼저 들리고 엄지발가락은 마지막까지 땅에 붙어 있다. 이때 족저근막이 짧아지면서 아치가 올라가고, 중족부가 단단해져야 강하게 차고 나갈 수 있다. 조금 어려운 얘기긴 한데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족저근막이 짧아지고 길어지며 도르레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족저근막은 발 뒤꿈치에서 발가락까지 이어지는 흰 근막이다./사진=신지호 기자
-족저근막염은 왜 생기나?
많이 쓰는 게 원인이다. 장시간 오래 서있거나 과도한 운동으로 족저근막이 무리하면 염증이 발생한다. 발의 모양이 변형이 돼 있는 경우엔 발생률이 높다고 보고된다. 아치가 높은 요족이나 너무 낮은 평발이 대표적이다. 아치가 높으면 높은 데로 낮으면 낮은 데로 족저근막에 스트레스가 더 많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드는 것도 원인이다. 뒤꿈치에는 외부로부터 충격을 흡수하는 지방패드가 있다. 나이가 들면 지방패드가 얇아지는데 충격 흡수를 못하니까 족저근막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족저근막염의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
아침에 첫 발을 디딜 때 통증이 생기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딱 들으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야 겠구나’라고 할 정도다. 잘 때는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족저근막이 갑자기 쫙 당겨지면서 염증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아침에 아프다가도 조금 걸으면 통증이 완화되곤 한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사실 병력 청취만 잘해도, 그러니까 어떻게 아픈지만 잘 물어봐도 짐작은 할 수 있다. 다만 뒤꿈치 통증의 원인이 다양하다보니 다른 질환과 감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주요 통증 부위인 뒤꿈치와 아치 부분을 만져보기도 하고 엑스레이나 초음파 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족저근막염 환자의 족저근막을 초음파로 보면 많이 부어 있다.

-족저근막염은 저절로 낫는다?
그렇다고 봐야 한다. 족저근막염도 오십견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때까지 잘 관리하면 증상은 사라진다. 환자 중 70%는 6개월, 80~90%는 1년 정도 걸린다. 다만 발의 변형 등으로 족저근막염이 만성화돼서 통증이 오래가는 경우도 있다. 족저근막염의 치료 목적은 통증을 줄여주고 증상이 나아지는 시점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데 목적이 있다. 

-족저근막염의 치료 옵션에는 무엇이 있나?
첫 번째가 스트레칭이다. 족저근막염은 늘어난 근막이 발을 디딜 때 당겨지면서 증상이 발생한다. 평소에 근막을 늘리는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면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 손으로 앞꿈치를 잡고 뒤로 당기거나 벽을 잡은 상태에서 뒷다리를 쭉 펴 아치와 아킬레스건을 늘리는 스트레칭을 가장 많이 시킨다. 하루에 한 15분 정도, 틈나는 대로 하면 된다. 이외에 소염제와 아치 서포트 깔창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를 적용한다. 충격파 치료, 주사 치료, 보조기 착용 등이다. 끝까지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1년 이상 지속된다면 수술적인 치료도 시행해볼 수 있다.

-고통스러운 충격파 치료, 진짜 효과는 있는 건가?
어느 정도 검증돼 있다. 충격파는 파동으로 조직에 충격을 가하는 시술법이다. 원리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충격을 받은 조직에 혈관이 자라나서 회복이 빨라질 것이라는 가설 정도만 있는데 실제 충격파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보고들이 있어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통증이 너무 심한데 처음부터 수술하면 안 되나?
안 된다. 환자들에게도 족저근막염은 수술 안 하고 치료하는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보존적인 치료로 대부분의 증상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인내심을 갖고 치료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 간혹 발의 변형이 심하다면 족저 근막을 일부 절제하거나 아킬레스건을 늘려주는 수술을 적용할 수 있다. 신경이 많이 눌렸다면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열어주는 수술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사실 족저근막염이 아닌 경우다. 수술은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되돌리기 어렵다.

-합병증을 유발하진 않나?
족저근막염이 진행된다고 다른 질환이나 합병증을 유발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종종 족저근막염을 치료하는 과정 탓에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에 의한 족저근막 파열이다. 익숙한 의료진이라면 초음파 결과를 보고 족저근막과 뒤꿈치뼈 사이 공간에 주사를 놓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족저근막이나 뼈 바로 옆에 주사를 놓는다면 족저근막이 찢어지면서 파열될 수 있다. 또 지방 패드에다가 주사를 놓으면 스테로이드에 의해 지방 패드가 위축되는 힐패드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합병증들은 치료 기간을 늘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재발률은 어떤가?
통계적으로 보고된 건 없다. 다만 높은 편이다. 족저근막염은 발의 과사용이 원인인 만큼 생활 습관과 관련이 깊다. 생활 습관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을 해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치료와 재발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방은 어려운건가?
스트레칭으로 예방할 수 있다. 테니스를 치든 골프를 치든 운동 후에 뒤꿈치에 통증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운동 전, 족저근막을 늘리는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 그리고 뒤꿈치 통증으로 병원에 갔는데 요족, 평발 등 발에 변형이 있다고 한다면 평소에 깔창을 착용할 수 있다.

-어떤 깔창을 써야 하나?
다이소에서 파는 아치 서포트로도 충분하다. 요족, 평발이 아닌 사람도 뒤꿈치 통증이 있을 때 아치 서포트를 사용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발의 변형이 심한 사람이라면 깔창을 맞춰야 할 수도 있다. 지방패드가 위축돼 있는 힐패드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힐컵 착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박영욱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박영욱 교수는…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의료원을 거쳐 현재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족부족관절학회, 대한스포츠의학회, 대한정형외과초음파학회, 미국족부족관절학회(AOFAS) 정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전문 분야는 족저근막염 및 발 변형(평발, 요족, 무지외반등 등)과 발목인대손상 및 아킬레스건손상 등의 족부질환이다. 불필요한 수술 손상을 피하기 위해 보존적 치료를 우선 적용하고 있으며 최소침습수술과 관절경 수술을 중점적으로 시행한다. 또 스포츠의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경기도문화의전당 무용단 주치의, 대한프로농구협회 자문의, FIFA U-20 수원지역 의료담당관등을 맡은 바 있으며 현재는 아주대병원 스포츠의학센터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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