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딸? V-리그선 '초면'…윌로우 존슨, 옐레나 공백 얼마나 메울까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빠른 적응, 기대 이상의 활약이 필요하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외국인선수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부진, 태도 문제 등으로 논란이 된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와 이별을 확정했다. 대체 선수로 윌로우 존슨을 영입했다. 존슨은 지난 20일 입국해 곧바로 선수단에 합류했다.
존슨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전설의 투수 랜디 존슨의 딸로 유명하다. 신장 207㎝의 좌완투수였던 랜디 존슨은 빅리그에서 1988년부터 2009년까지 꾸준히 활약을 펼쳤다. 통산 618경기(선발 603경기) 4135⅓이닝에 출전해 303승166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29, 탈삼진 4875개 등을 자랑했다.
랜디 존슨은 현역 시절 빅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5차례나 수상했고, 올스타에도 10차례 선정됐다. 은퇴 후 2015년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득표율 97.3%를 선보였다.
윌로우 존슨은 메이저리그를 휩쓸었던 부친으로부터 운동선수 DNA를 물려받았다. 역시 왼손잡이인 그는 1998년생이며 신장 190.5㎝의 아포짓 스파이커다. 2020년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 졸업 후 튀르키예, 미국에서 배구선수로 뛰었다. 2018년에는 미국배구지도자협회(AVCA) 우수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V-리그 사령탑들의 눈을 사로잡진 못했다. 존슨은 202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어느 팀도 존슨을 지명하지 않았다. 재계약을 노리던 기존 외인들, 도전에 나선 새 선수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트라이아웃 후 약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급격한 실력 향상을 이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존 외인 옐레나는 올 시즌 24경기서 501득점(공격성공률 39.98%)을 생산했다. 리그 득점 8위, 공격종합 성공률 10위에 머물렀다. 다만 경기 중 감정 표출 등 태도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았던 지난 시즌엔 821득점(공격성공률 42.79%)을 터트리며 리그 득점 3위, 공격종합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정 수준 검증된 자원이었다.
존슨의 경우 시즌 도중 리그에 합류해 적응할 시간도 빠듯하다. V-리그는 이미 4라운드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정규리그는 5, 6라운드만 남아있다. 흥국생명은 오는 30일 김천에서 한국도로공사와의 원정경기를 통해 5라운드 첫 경기를 장식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GS칼텍스전을 마치고 짧은 휴식 후 21일부터 팀 훈련을 재개했다. 존슨은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한국과 V-리그, 흥국생명에 익숙해져야 한다. 비자 발급 절차도 끝마쳐야 코트를 밟을 수 있다.
흥국생명이 세터 포지션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올 시즌 이원정을 중심으로 김다솔이 뒤를 받치고 있으나 안정감을 갖추진 못했다. 세터의 연결이 원활해야 공격수의 공격 성공 확률도 높아지는 만큼 존슨과 세터진이 합심해 플레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행인 점은 현재 올스타 휴식기 중이라 경기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존슨은 이르면 30일 도로공사전에 나서거나 그다음 경기인 2월 2일 GS칼텍스전 출전을 노릴 수 있다.
흥국생명엔 또 다른 해결사 김연경이 있어 다른 팀 외인들보다 비교적 부담감도 덜 수 있다. '배구여제'로 통하는 김연경은 올 시즌 24경기서 520득점(공격성공률 45.23%)을 선사했다. 리그 전체 선수 중 득점 6위(국내선수 1위), 공격종합 성공률 2위(국내선수 1위)를 차지했다. 흥국생명 선수단의 중심을 잡는 중이다.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통합우승 후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빚었으나 챔프전에서 도로공사에 2승 후 3연패로 리버스 스윕을 당했다. 역대 V-리그에서 챔프전 1, 2차전 2연승을 달성한 팀이 우승하지 못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흥국생명은 도로공사가 만든 '0% 기적'의 희생양이 되며 눈물을 삼켰다.
올 시즌 다시 정상 정복을 꿈꾼다. 아직은 거리가 멀다. 승점 50점(18승6패)으로 여자부 7개 구단 중 2위를 기록 중이다. 선두 현대건설은 승점 58점(19승5패)을 쌓았다. 시즌 후반 승점 8점 차이는 큰 편이다. 포스트시즌까지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존슨의 연착륙부터 도와야 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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