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Love wins (all)

이동훈 2024. 1. 22.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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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

노자 도덕경 첫 문장인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의 대구로 '이름을 말하면 항상 그런 이름이 아니다' 정도로 번역된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이를 규정하려는 인간의 언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 명언이다.

요즘 소수 약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언어 차별을 척결하자는 소위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운동이 득세하는 걸 보면 언어의 한계를 더욱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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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논설위원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 노자 도덕경 첫 문장인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의 대구로 ‘이름을 말하면 항상 그런 이름이 아니다’ 정도로 번역된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이를 규정하려는 인간의 언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 명언이다.

요즘 소수 약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언어 차별을 척결하자는 소위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운동이 득세하는 걸 보면 언어의 한계를 더욱 절감하게 된다. 예컨대 미혼인 여자의 호칭인 Miss 대신 등장한 Ms마저 식상하다며 Mx까지 등장했다. 남성을 뜻하는 man이 들어간 woman 대신 만들어낸 womxn에서 파생했다. 요즘 국내 언론에 ‘저출산’이 ‘저출생’으로 대체되어 가는 것도 저출산이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로 비하한다는 여권론자들의 비판 때문이다.

원래는 20세기 초 공산주의자들이 공산당 지침에서 벗어나는 언행을 할 경우 ‘동무는 반동이야’라고 지적하는 뜻에서 PC를 사용했다고 한다. 영미권에선 보수주의자들이 진보진영의 올바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행동을 풍자할 때 동원했는데 진보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운동으로 발전시킨 셈이다.

톱가수 아이유(이지은)는 지난 16일 신곡 제목을 ‘Love Wins(사랑이 이긴다)’로 발표했다. 이에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등에 노래 제목이 성소수자들의 상징을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Love Wins는 2015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에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 성소수자들이 사용한 슬로건인데 아이유가 이성 간의 사랑 노래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아이유는 자필로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노래의 의미를 설명했다.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사흘만에 제목을 ‘Love wins all(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로 바꿨다. 혐오 없는 사랑 노래가 혐오의 대상이 된 듯해 안타깝다. PC 운동이 집착을 넘어 언어 독점으로 비화돼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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