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디지털 프로슈머와 책임

2024. 1. 2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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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

확증편향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
가짜뉴스와 결합하면 더 위험

조회수와 수익 올리기 위해
비난·혐오 반복해 게시하는
‘사이버 레커’ 부작용 더 키워

정보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개인도 타인에 피해 안 주는
윤리와 책임은 갖추게 해야

언젠가부터 유튜브에 접속하면 비슷한 내용의 영상들이 홈 화면에 배치되고, 추천 영상으로 제시된다. 한두 개 클릭하다 보면 어느새 온통 비슷한 종류의 추천 동영상들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검색 기록, 시청 영상 등을 분석해 사용자가 흥미를 느낄 만한 영상을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끼리 특정한 시각에서 유사한 뉴스와 동영상을 공유하게 된다.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는 회원들의 설문조사를 거쳐 올해 우리 사회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회심리 현상으로 확증편향을 선정했다. 확증편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정보만을 수집하고 신뢰하게 된다. 객관적 근거의 유무에 불구하고 자기 생각과 일치하게 되면 더 쉽게 믿고, 더 널리 퍼져 있을수록 신뢰성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정보의 편향적 수용은 가짜뉴스와 결합할 때 더 위험하다. 각종 포털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 온갖 확인되지 않은 소식들이 쏟아진다. 혹자는 후에 사실로 밝혀지기도 하지만, 많은 소식은 전혀 객관적 근거 없는 허위로 밝혀지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뉴스의 생산보다 유통이 더 중요하다. 뉴스의 생산자가 누구인지보다는 뉴스가 얼마나 많이 공유되고, 좋아요·댓글을 얼마만큼 받는지가 더 의미 있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뉴스 기사를 가장한 허위 정보는 더 빨리, 더 넓은 범위로 퍼져나간다. 확증편향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짜 뉴스가 양산되고, 이렇게 해서 생성된 가짜뉴스는 확증편향을 더욱 강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최근에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사이버 레커는 쟁점이 되는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허위나 과장된 영상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이슈 유튜버를 교통사고 현장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오는 레커(견인차)에 비유해 일컫는 표현이라고 한다. 이들은 조회수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비난과 혐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영상을 반복해 게시한다.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수천, 수만 건의 콘텐츠가 생성·게시되고 유통된다. 피해자의 명예에 대한 손상과 정신적 고통은 헤아리기 어렵고, 회복되기도 어렵다.

대개 발단은 단순하다. 유명인 A씨에 대해 무슨 혐의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간단한 소식이 디지털 세계에 등장하게 되면 곧바로 댓글에 그가 누구인지 특정되는 내용이 올라온다. 관련 뉴스가 꼬리를 물고, 그의 과거 행적이나 방송 내용 등이 마치 관련이 있는 양 소개되는 한편, 이어지는 수사 상황이 속속 중계된다. 수사기관의 정보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대중이 반응하면 다시 수사기관이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고 후 견인차가 달려오듯 사이버 레커가 기승을 부린다. 그와 그의 가족의 명예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하고, 쉽게 그 불길이 사그라지지도 않는다.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이미 유통된 자료들은 언제든 다시 나타나 그를 괴롭힐 수 있다.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고 현대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간간이 지면에 나오는 비극적 사고들을 보면 그 한계 설정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디지털 프로슈머(생산자이자 소비자인 prosumer의 한 형태)의 시대에 개인들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참여해 콘텐츠를 즐기고 정보를 얻는 동시에 자신의 의견이나 창작물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면서 상품 후기를 작성하고, 음식점을 갔다 오면 블로그에 방문기를 올린다. 소소한 일상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게시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언론인에 버금가는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윤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춰야 한다. 애초에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호기심의 대상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수사기관도 수사 상황에 대한 외부 공개에 관해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선을 지키게 할’ 최소한의 틀은 마련되어야 한다.

최창영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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