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퇴보하는 ‘다이내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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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점유율 하락, 64개 핵심 기술 1위 전무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경쟁력 못 살리면 미래 없어
미래를 좌우할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어제 발표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분석 자료에 따르면, 6대 첨단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미래차·바이오·로봇)의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한국은 2018년 8.4%의 점유율로 중국(14.5%)에 이어 2위였지만, 2022년엔 25.5% 하락한 6.5%로 독일과 대만·미국보다 뒤진 5위로 떨어졌다. 반면에 같은 기간 대만은 5위(5.9%)에서 3위(8.1%)로 약진했다.
두 나라의 차이를 가른 건 반도체다. 세계 반도체 수출액이 31.8% 늘어나는 와중에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오히려 줄었고,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선전 덕에 대만의 점유율은 크게 늘었다. 당장의 반도체 수출 부진보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성장 동력일 주요 첨단기술 대부분에서 우리의 경쟁력이 퇴조인 양상이다. 최근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공개한 ‘글로벌 핵심 기술 경쟁 현황’을 보면, 국가별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미래 핵심 기술 64개 가운데 단 한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53개)과 미국(11개)이 1위를 나눠 가진 반면, 한국은 고성능 컴퓨터와 전기 배터리 분야에서 1, 2위와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3위에 오른 게 최고다. 특히 반도체 강국이라는 우리의 자부심과 달리 ‘고급 집적회로 설계·제조’ 분야에서 한국은 5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분야 1, 2위는 미국·중국이었다.
ASPI는 “이 지표는 5~10년 뒤 관련 산업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벌어진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력을 이른 시일 내에 따라잡지 못하면 산업경쟁력을 넘어 국가경쟁력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경고다. 이 추세라면 미국과 중국이 향후 첨단 반도체와 배터리·바이오 산업 등을 양분하며 성장을 이어가는 동안 한국은 국가경쟁력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은 한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다. 몇몇 주요 대기업의 선전에 한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리드한다고 착각했지만, 현실은 저만치 앞서 달리는 경쟁국을 따라가기엔 힘이 부친 모양새다.
중국의 부상은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2015년 첨단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중국제조 2025’를 시작하며 첨단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냈다. 반면에 우리는 지난 정부의 반(反)기업 정서로도 모자라 이번 정부 역시 연구개발(R&D)비 삭감이나 불필요한 규제 혁신 미흡 등으로 제자리걸음이다. 해법은 정부의 규제 혁신과 함께 기업이 본연의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 다시 뛰는 것뿐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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