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철의 시시각각] '제2의 김포 편입론'을 경계하며
지난해 10월 30일, 경기도 김포를 방문한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랜만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딱 20일 전 서울 강서구청 보궐선거에 김태우 후보를 공천했다 대패했을 때의 침울함도, 인요한 혁신위에 밀려 위축됐던 모습과도 완전히 달랐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오랜만에 한 건 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포 외에 구리·하남·고양·광명 등 주변 도시들까지 술렁였다. 수도권 선거 판세는 어차피 비관적이었는데, 민주당을 혼란에 빠뜨린 것만으로도 성공이란 자화자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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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동시 저출생 대책 공약 발표
정책 급조 허무한 결말 피하려면
지속 추진 위한 세부책 다듬어야
」
자신만만한 김 전 대표와 측근들과는 달리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정치공학적 포퓰리즘””(유정복 인천시장)이라는 쓴소리가 잇따랐다. 지역균형발전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비판이었다. 설령 행정구역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더라도 충분히 연구하고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일을 수도권 일부 표심만 겨냥해 불쑥 던진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었다.
김포 편입 추진 발표가 나온 지 80일가량 지났다. 그런데 결말이 너무 허무하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과 함께 김 전 대표가 물러나며 정책도 잊혀졌다. 부산 출신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뉴시티특위는 김포와 구리 편입 특별법 2개를 발의하고는 지난달 19일 활동을 종료했다. 법안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총선이 끝나면 자동폐기될 운명인데, 자기 지역구 챙기기에 바쁜 특위 위원들은 법안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위한 첫 관문인 주민투표도 행안부가 "타당성 조사부터 하라"며 사실상 거부해 불발됐다. 한마디로 날이 새버렸다. 단순히 정책 하나가 날아간 것에 그치지 않고 집권여당 정책의 신뢰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겨버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중재안을 발표했다. 김포에 7개, 인천에 2개의 역을 배치한다는 게 골자다.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양측의 입장을 절충했다고 밝혔지만, 김포 쪽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역사 4개 설치를 주장해 온 인천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사안이긴 하지만, 서울 편입이 무산된 김포의 여론을 달래기 위해 서둘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중재안은 해당 지자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거부할 경우 다시 협의해야 한다. 무리수가 또 다른 무리수를 부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가 지난 18일 동시에 저출생 대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아직 선거 룰도 확정하지 못한 채 특별법·특검과 거부권을 놓고 대치해 온 것에 비하면 반가운 일이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출산휴가 연장, 육아휴직급여 인상, 동료수당제 도입 등 육아에 걸림돌이 됐던 직장 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은 2자녀 이상 출산하면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 주택 제공, 1억원 대출 후 자녀 수에 따라 이자 또는 원금 감면 등 현금성 지원에 무게를 뒀다. 합계출산율 0.6명대의 상황에서 이보다 더한 지원도 할 수 있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나라라며 부러워했던 프랑스마저 육아휴직 기간을 10주에서 6개월로 늘리는 등 새로운 저출생 대책을 내놓았다.
다만 급하다고 해서 막 던져서는 안 된다. 선거공약이 정교한 정책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현실성은 갖춰야 한다. 민주당은 스스로 28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한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 1억원 받자고 아이를 세 명 낳을 것인가란 질문에 상당수 젊은이는 고개를 젓는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정규직보다 훨씬 많은 비정규직·자영업자·프리랜서 등을 어떻게 포괄할지, 휴직 후 승진 차별 같은 현실적인 벽을 어떻게 넘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모처럼 큰 방향에서 일치를 본 양당의 정책이 선거 후에도 추진될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가다듬고, 서로 머리도 맞댔으면 좋겠다. 제2의 ‘김포 편입론’처럼 되기엔 저출생 문제는 너무 급박한 과제다.
최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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