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의 마켓 나우] ‘바이브세션’에 눈 돌릴 때
“반도체 회복 기대에도 12월 제조업 체감경기 부진 지속”, “올해 수출 늘어도 ‘소비 부진’에 성장 체감 미미”….
기사 제목에 나타나듯이 대체로 체감경기는 실제 경기보다 나쁘다. 체감경기가 실제 경기보다 더 좋거나 덜 나쁜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5~1%포인트 높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체감경기 조사에서는 ‘작년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대다수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먼저 부문 간 격차로 인한 착시다. 요즘 수출이 점차 확대세를 보이지만 내수가 부진하다. 예컨대 반도체 생산이 늘어나도 일반 가계가 고용, 자금 순환 등의 면에서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 반면 고용유발 및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건설업 경기는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사정이 안 좋은 건 지난해 폐업률 10%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외식업도 마찬가지다.
다음, 지출 구조를 보면 한국경제는 소비가 GDP의 50%에도 못 미쳐 경기가 좋아져도 체감하기 어렵다. 수출이나 투자 등의 지출 항목이 늘어난다 해서 대표적 체감경기지수인 소비자심리지수(CSI)가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장률이 똑같아도 한국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 증가율은 소비 비중이 GDP 70%에 육박하는 미국 소비자의 효용 증가율보다 당연히 낮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부분은 팬데믹 이후 체감경기의 큰 폭 악화 가능성이다. 미증유 사태로 경제 주체들이 충격을 받은 데다 인구 감소, 중국 기업의 전방위적 공세 등 성장 제약요인도 한몫한다. 심리적 불경기, 즉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다. vibe(분위기 혹은 느낌)와 recession(경기후퇴 혹은 불황)의 합성어다. 미국도 코로나 이후 지난해까지 바이브세션이 뚜렷이 나타난 바 있다.
체감경기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이것이 소비 및 생산 활동과 밀접히 연관되는 동시에 향후 지출의 대략적인 예측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체감경기 악화가 향후의 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자기실현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가만히 두고 볼 일이 아니다.
물론 체감경기 살리기는 간단치 않다. 먼저 체감경기는 공표된 경제데이터의 누적치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체의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 내수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 경기회복이 체감되고 GDP 성장이 국민의 행복도 증가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주려면 합계 출산율의 상승 반전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도 요구된다. 한국기업의 저평가 해소 방안과 같이 경제 주체들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경제정책도 크게 도움될 것이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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