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금 300만원 받고 ‘먹튀’… 출산율 급락, 해남의 교훈

특별취재팀 2024. 1. 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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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금 지자체 전수조사] ③ 출생 계속 늘리려면…
게티이미지뱅크


출산장려금 정책은 출생아 수를 높이는 데 단기간 상당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출생률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선 좀 더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출산장려금이 큰 지역으로 전입해 돈을 받은 뒤 곧바로 전출하는 이른바 ‘먹튀’ 현상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생활 인프라와 주택·교통·교육 등 정주여건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출산장려금 효과·만족도 높아

국민일보가 21일 강원도로부터 단독 입수한 ‘제2차 육아수당 정기평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2년 육아기본수당(출산장려금)을 받은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전체 수급자 중 육아기본수당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0.0%였다. 또 현재 출산 계획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이 68.6%였고, 강원도에 계속 거주하는 것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77.0%로 나타났다. 출산·양육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원 정책은 양육(교육)비용 지원(46.8%), 자녀돌봄서비스 지원(20.8%), 출산비용 지원(13.8%), 주거비용 지원(13.5%) 등 순이었다.

이밖에 출산장려금이 결혼 계획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동의한 비율은 49.3%, 자녀 출산을 결정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동의한 비율은 54.6%, 자녀 출산 계획을 앞당기는 것에는 35.3%가 동의했다. 보고서는 “2019년 육아기본수당 지급 이후 강원도의 합계출산율과 유배우 출산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이 효과는 2022년까지 지속됐다”며 “2021년 육아기본수당 지급액 확대가 출산율을 추가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2019년 아이가 태어나면 총 1440만원을 지급했고, 현재 이를 2400만원으로 인상했다.

한때 7년 연속 출산율 1위였던 해남

다만 일부 지역에선 출산장려금 정책 확대 이후 부작용이 발생했다. 1974년 인구 23만3803명으로 최정점을 찍은 전남 해남군은 2000년에 인구 10만명이 무너지면서 인구 늘리기에 머리를 싸맸다. 2005년부터 출산장려금 정책을 시행해 온 해남군은 인구 증가의 큰 수확이 없자 특단의 대책으로 2012년부터 출산장려금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출생아 수 증가는 물론 임산부와 가족의 전입을 유도해 인구 늘리기에 나선 것이다.

해남군은 2012년부터 첫째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 3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기존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6배 늘리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둘째아이도 12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3배가량 증가시켰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11년 출생아 수 518명에서 지원금을 대폭 올린 2012년에는 810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2018년까지 7년간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출산율 1위를 기록했다. 즉각 나타난 효과 덕분에 해남군의 출산장려 정책은 저출산 해결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해남의 기적’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먹튀·인구 빼오기 논란

해남군의 출생아 수는 2010년대 중반까지 700~800명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인접지역에서 비슷한 정책이 실시되자 2017년 615명, 2018년 513명으로 줄기 시작했다. 2019년 출생아 수는 490명을 기록하며 500명대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395명으로 무려 20%가량 줄어들었다. 2021년 이후부턴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감사원이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해남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가구 중 26%가 수령 6개월 내 지역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장성군도 마찬가지였다. 첫째아이 120만원, 둘째아이 250만원, 셋째아이 420만원, 넷째아이 이상은 1000만원을 주는 장성군도 2014년 0~14세 인구가 4915명이었지만 2020년엔 4328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새로운 지원이 생기면 출산율이 올라가지만 효과가 1~2년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 따라해 차별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주여건 함께 개선돼야 더 효과

따라서 출산장려금 지급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즉 지방에 남아 있을 때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부분 출산장려금이 아이가 0~1세에 많은 지원을 받도록 세팅돼 있지만 이때는 아이에게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키우면 키울수록 지원금을 누적시키거나 이미 자라난 어린이 등에 대한 지원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젊은층이 계속해서 살 수 있도록 생활 인프라나 주거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센터장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 신혼부부가 많아져야 한다. 그다음에 출산을 잘하고 양육을 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형 물량이 있는 아파트, 신도시 출산율이 높다. 하지만 이는 국토교통부나 광역시·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초지자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정부가 가만히 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균 홍성헌 서승진 김민 박재구 전희진 김이현 기자

사회2부 특별취재팀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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