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없는 K그룹…K팝서 K 떼는 시대
JYP엔터테인먼트가 오는 26일 새로운 걸그룹 VCHA(비차)를 공개한다. 멤버 중에 한국인(한국 단독국적)은 없다. 미국 대형 음반사 리퍼블릭 레코드와의 합작 오디션을 거쳐 캐나다인 카밀라와 한·미 이중국적의 케일리, 미국인 렉시·켄탈·사바나·케이지로 팀을 꾸렸다. 노래는 물론, 비하인드 영상 등에서도 영어를 사용한다.
DR뮤직 소속 블랙스완은 한국계조차 없는 K팝 걸그룹이다. 2020년 데뷔 땐 한국인 멤버가 있었는데, 재편을 통해 현재의 4인(파투·앤비·가비·스리야) 구성이 됐다. 벨기에, 미국, 브라질, 인도에서 온 멤버들이 공통의 꿈인 K팝으로 뭉쳤다. 그래도 노래와 대부분의 콘텐트에서 한국어를 쓴다.
결성 과정도, 사용 언어도 다르지만 비차와 블랙스완은 모두 K팝 그룹이다. 여느 K팝 그룹처럼 춤과 노래를 동시에 소화하고, 비주얼 퍼포먼스에도 공을 들인다. 소속사의 밀착 관리도 K팝 그룹의 특징이다. 이처럼 한국인 없는 K팝 그룹이 2020년대 들어 많아졌다. 향후 ‘한류 비자’(K컬처 연수비자)가 도입되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JYP는 비차 외에 일본 현지화 보이그룹인 NEXZ(넥스지)도 선보인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는 일본 현지화 그룹인 NCT WISH(엔시티 위시)를 만들었다. 하이브도 곧 한국인이 한 명뿐인 미국 현지화 걸그룹 KATSEYE(캣츠아이)를 공개한다. 캣츠아이는 하이브와 미국 유니버설 뮤직 그룹 합작사인 ‘하이브 유니버설’ 소속이다. CJ ENM이 일본에서 진행한 ‘프로듀스 101 재팬 더 걸즈’를 통해 결성된 일본 현지화 그룹 ME:I(미아이)는 오는 4월 데뷔한다.
이런 흐름을 두고,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CO(최고 창의성 책임자)는 “K팝이 발전의 3단계에 들어섰다”고 봤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1단계와 다국적 멤버가 한국어 또는 외국어로 노래하는 2단계를 지나, 이제는 현지 가수가 현지 언어로 활동하는 3단계라는 것이다. 이른바 ‘K팝 3.0’ 시대다. 국내에서 성공한 뒤 해외로 진출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동시에 공략하는 것이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빌보드 등에서 한국인 K팝 아티스트와 외국인 K팝 아티스트가 경쟁하는 날을 곧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K팝 소비시장도 크게 넓어졌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음반을 수출하는 국가가 2017년 78개국에서 2020년 114개국, 2021년 148개국으로 늘었다. “K팝에서 K를 떼야 한다”고 주장해온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그래야 더 넓은 시장에서 더 넓은 소비자층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의 구조로 가면 성장에 제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K팝 그룹 내 외국인 멤버 증가가 저출산 시대의 피치 못할 흐름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K팝이 산업으로서도 인정받으려면 더욱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음원료 등의 정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나 팬을 위협하는 과잉 경호 등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10대 청소년에 가혹한 K팝 육성 시스템”이라는 해외의 비판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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