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변신한 안재홍 “생활 연기의 끝 보여드릴게요”

황지영 2024. 1. 2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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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재홍(왼쪽)과 이솜이 출연한 드라마 ‘LTNS’는 성과 불륜을 소재로 한 발칙한 작품이다. 두 사람은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 티빙]

“한 가정의 거실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생생하고 사실적인 감흥을 드리고 싶습니다. 연기인데 연기가 아닌 것만 같은, 생활 연기의 끝을 보여주겠습니다.”

19일 1·2화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감독 임대형·전고운)에서 남편 사무엘을 연기한 배우 안재홍(38)의 각오다. 그는 지난해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인터넷 방송에 빠져 사는 음침한 성격의 주오남을 맡아 “원작 웹툰을 찢고 나왔다”는 호평을 받았다. 모든 걸 소진한 연기였다는 뜻에서 ‘은퇴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LTNS’ 제작발표회에서 “복귀작”이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부부로 호흡한 이솜과 폭넓은 감정을 그렸고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했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대중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김정봉 이후, 6년째 연애만 하는 김주만(KBS2 ‘쌈, 마이웨이’), 능청스러운 스타감독 손범수(JTBC ‘멜로가 체질’), 비정상적인 관계에 몰두하는 주오남(‘마스크걸’) 등 드라마마다 개성 넘치고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와 아내 우진 역의 이솜은 전고운 감독의 전작 ‘소공녀’, 안재홍이 연출한 단편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에서 커플로 호흡을 맞췄고, 이번에는 부부 역을 맡았다.

‘LTNS’의 사무엘은 ‘영끌족’ 캐릭터다. 대출까지 끌어모아 낡은 아파트를 7억원에 샀지만, 고금리에 허덕이며 김치 하나로 밥을 먹고, 커피는 사치품으로 여긴다. 서울대를 나와 스타트업을 차렸다가 망하고, 빚으로 마련한 택시를 운전한다. 아내가 “씻고 나왔다”며 유혹해도 “위생적이겠네”로 받을 만큼 부부 사이도 삭막하다. ‘LTNS’는 ‘Long Time No Sex’의 약어다.

배우 안재홍과 이솜이 출연한 드라마 ‘LTNS’는 성과 불륜을 소재로 한 발칙한 작품이다. 두 사람은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 티빙]

안재홍에게 기혼자 역할은 처음이다. 결혼한 전 감독을 멘토로 삼아 유부남의 감정을 끌어냈다고 한다. 요즘 부부들 모습을 사무엘·우진 커플에 투영했다는 임대형 감독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뒤집는 미러링 캐릭터들은 이전부터 다양하게 시도됐지만, 현실의 변화 속도를 비춰보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사무엘이 친구의 불륜 사실을 숨겨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손에 쥐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불륜 협박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그는 호텔 프런트에서 일하는 우진이 적어 온 리스트를 바탕으로 불륜 추적자가 된다. 불륜을 미끼로 협박한다는 것이 잘못된 일이란 생각에 불안해하면서도, 돈 앞에서 현실과 타협하는 등 안재홍의 ‘생활 연기’가 실감 나게 펼쳐진다.

안재홍은 “내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인정하고 싶진 않은 블랙코미디다. 전개가 예측 불가라서 캐릭터에 현실성을 더욱 부여하고자 했다. 뉘앙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어미까지 신경 써서 말이 가진 힘을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마에스트라’, TV조선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 등 넘쳐나는 불륜 소재를 또 들고나온 데 대해 전 감독은 “불륜과 성이라는 소재가 자극적일 순 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부부 관계, 직업, 꿈 등 모두 한때 무언가에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그걸 잃어버린 현대인의 초상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LTNS’(총 6화)는 매주 목요일 2화씩 공개된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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