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엷음의 후과
2024. 1. 22. 00:02
〈32강전〉 ○ 김명훈 9단 ● 이야마 유타 9단
장면⑧=AI의 세계에서 봉쇄는 곧 죽음이다. 흑은 우하에서 백을 잡았음에도 AI는 ‘흑 대실패’라는 결론을 내렸다. 흑이 봉쇄당하며 판 전체가 엷어졌고 백은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가 지금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생인 흑 대마 탓에 흑의 행마는 1과 3으로 제자리에서 주춤거린다. 이렇게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동안 흑의 허리를 동강낸 백은 중앙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6까지 흑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금을 추구하면 엷어진다. 엷어지면 위험이 따른다. 만고의 진리다.
◆참고도=흑1로 따내고 싶지만 불가하다. 백2로 끊으면 대마는 역시 끊어진다. 그냥 끊어지는 게 아니라 목숨마저 극도로 위험해진다. 백A가 선수임을 감안하면 흑대마는 아직 한 집도 없다.
◆실전진행=이야마가 흑1로 움직이자 김명훈은 백2부터 강력하게 틀어막고 있다. 소위 손바람을 내는 장면인데 AI는 고개를 살랑살랑 젓고 있다. AI는 이쯤 해서 A를 선수하고 흑B로 받을 때 백C로 넘어두라고 한다. AI도 항시 최선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고 유리할 때는 자중한다. 하지만 김명훈은 멈출 기세가 아니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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