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중국은 팽창, 북은 미사일 위협…한·미, 더 힘 합쳐야”
미 공화당 경선현장을 가다 - 본지 특파원, 헤일리 인터뷰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0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유세장 연설 후 중앙일보와 만나 ‘한국에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물음에 곧바로 이런 답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계속되는 팽창, 그리고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라는 환경에 똑같이 처해 있다”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더 가까이 밀착하고 더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말까지 주유엔 미국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국제 외교 무대 경험이 있고 글로벌 정세에 밝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중앙일보와의 문답에서 북·중 위협에 맞서 한·미 동맹을 더욱 고도화·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헤일리 “80대 대통령” 트럼프 나이 부각
23일 열리는 공화당 대선 경선 2라운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사흘 앞두고 경선 열기가 달궈지고 있는 가운데 헤일리 전 지사는 이날 오후 뉴햄프셔주 남부 내슈아에 위치한 이벤트센터에서 선거 캠페인 행사를 열었다. 오후 7시로 잡힌 유세를 1시간30분 앞둔 5시30분쯤부터 지지자 150여 명이 행사장 입구에서 약 70m의 긴 줄을 이뤘다.
오후 5시40분쯤 유세장 입구 문이 열리자 헤일리 전 주지사의 영문 이름 ‘Nikki Haley’가 적힌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Pick Nikki’(니키를 찍어주세요) 등의 팻말을 든 지지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NH 러브 NH’라고 적힌 피켓을 든 한 지지자에게 “‘뉴햄프셔(NH)’는 ‘니키 헤일리(NH)를 사랑한다’는 뜻이냐”고 묻자 “맞다. 하지만 거꾸로 써도 맞다”며 웃었다. 행사장 앞 헤일리 선거캠프 실무자들은 ‘보수 리더십의 새로운 세대’라고 적힌 헤일리 홍보 팸플릿을 배포하며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있는) 23일 꼭 투표하라”고 외쳤다.
행사장 안은 록밴드 퀸의 ‘라디오 가가(Radio Ga Ga)’, 싱어송라이터 조지 해리슨의 ‘왓 이즈 라이프(What is life)’ 등 경쾌한 비트의 1970~80년대 팝송이 흐르며 장내 분위기를 띄웠다. ‘헤일리 지지 선언’을 하며 우군 역할을 하고 있는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 주지사가 오후 7시3분쯤 등장했다. 그가 “뉴햄프셔주 유권자들이 헤일리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경선 레이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하자 지지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영화 ‘록키’의 주제곡인 ‘아이 오브 더 타이거(Eye of the tiger)’ 음악 속에 헤일리 전 주지사가 연단에 오르자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헤일리는 만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부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뉴햄프셔 한 행사에서 헤일리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국회의장과 여러 차례 혼동한 일을 두고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거론하며 “니키 헤일리는 모든 증거를 다 지웠다. 왜냐하면 보안 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회 난입 사태 당시 의장으로 의회 안전을 관할했던 펠로시 전 의장과 헤일리 전 주지사를 혼동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헤일리 전 주지사가 “나는 당시 의사당에 있지도 않았다. 도대체 트럼프는 무슨 말을 한 건가”라고 하자 지지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그리고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가 유력한 조 바이든(81) 대통령 둘 다 대통령직을 마치면 80세를 넘긴다는 점을 들어 “80대에 대통령이 될 두 사람과 대선을 치르고 싶은가”라고 했다.
이날 유세장에서 만난 헤일리 지지자인 마크 케빈은 “4년 전과 8년 전 트럼프를 찍었지만 마음을 바꿨다”며 “헤일리는 행정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유엔 대사를 지내 외교 감각도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USA” 연호
트럼프와 헤일리에 항의하는 시위자가 나란히 퇴장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트럼프는 20일 남뉴햄프셔대 아레나에서 대형 유세전을 펼쳤다. 연설 도중 한 남성이 고함을 지르자 트럼프는 경호원들에게 “저 사람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트럼프의 지시는 3번에 걸쳐 이어졌고, 반복된 지시에 경호원 두 명은 시위자의 양팔을 잡고 유세장 밖으로 끌어냈다. 끌려 나가는 와중에도 시위자는 계속 “독재자”라는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트럼프는 “저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disturbed)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유세장을 가득 채운 지지자들은 일제히 “미국(USA)”을 연호했다.
거의 비슷한 시간 헤일리에게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내슈아에서 헤일리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환경 단체 소속 시위대가 “헤일리는 환경 범죄자”라며 소리를 질렀다. 헤일리는 그에게 “안녕하세요”라며 말을 걸었지만, 시위대의 목소리는 오히려 커졌다. 헤일리는 시위대가 경호원들과 함께 유세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연설을 중단했다. 지지자 사이에서 야유가 나왔지만, 헤일리는 “나의 남편과 군인들은 저 사람들이 저렇게 (자유롭게) 외칠 수 있도록 매일 희생하고 있다”며 “야유를 보내지 말라”고 요청했다.
내슈아·맨체스터=김형구·강태화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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