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0G 베테랑' 이지영의 고백…"지난해엔 야구가 즐겁지 않더라"

유준상 기자 2024. 1. 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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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올겨울 FA(자유계약)로 키움 히어로즈에서 SSG 랜더스로 이적한 베테랑 포수 이지영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2024시즌을 맞이한다.

이지영은 지난 12일 키움 히어로즈와 2년 총액 4억원(연봉 3억 5000만원, 옵션 5000만원)에 FA 계약을 맺은 뒤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SSG 유니폼을 입었다. SSG는 그 대가로 2025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2억 5000만원을 키움에 내줬다.

2008년 육성선수 신분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이지영은 2009년 1군에 데뷔했고, 상무(국군체육부대) 전역 이후 2012년부터 1군에서 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113경기, 99경기를 소화하면서 삼성의 통합 4연패 달성에 힘을 보탰다.

주전 포수로 발돋움한 이지영은 2015년 124경기 361타수 110안타 타율 0.305 1홈런 55타점 OPS 0.679의 성적을 남겼다. 이듬해에는 129경기 390타수 116안타 타율 0.297 7홈런 50타점 OPS 0.710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105경기 302타수 72안타 타율 0.238 26타점 OPS 0.579, 90경기 178타수 61안타 타율 0.343 2홈런 19타점 OPS 0.809를 기록했다.

이지영은 2018시즌 이후 삼성, 키움, SSG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이적한 뒤에도 존재감을 나타냈고 그 덕에 2019시즌 이후 키움과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옵션 6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2022년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전 경기 선발 출전한 이지영은 이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하는 등 큰 경기에서도 베테랑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81경기 217타수 54안타 타율 0.249 8타점 OPS 0.586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지영 지난 시즌 종료 이후 다시 FA 자격을 얻었고, 해를 넘길 때까지 도장을 찍지 못했다. 그러던 중 안방 보강을 원했던 SSG가 이지영에게 손을 내밀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이적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지영은 2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SSG랜더스 팬 페스티벌'에 참가해 활약을 다짐했다. 무대 위에서 "SSG 신인 포수 이지영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지영은 행사를 마친 뒤 "스케일이 다르긴 하다. 이렇게 크게 행사를 하는 건 삼성에 있을 때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유니폼이나 이런 걸 아직 받지 않아서 용품을 받은 뒤 스프링캠프에 가면 (SSG 선수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등번호도 바뀌었다. 이지영은 56번이 아닌 59번을 등번호로 사용한다. 그는 "남는 번호 3개 중에서 (59번을) 달았다. 번호에 의미를 부여하진 않고, (56번은) 원래 달던 번호였다. 삼성 시절 육성선수 신분 때 56번이 남았고 키움에 왔을 때도 자연스럽게 번호를 달았던 것"이라며 "SSG에선 (전)의산이가 56번을 달고 있기도 하고 본인이 번호에 좀 애착이 있는 것 같더라.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싶어서) 다른 번호를 달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화초-신흥중-제물포고-경성대를 졸업한 이지영은 인천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나갔고, 고향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그는 "여기에서 야구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처음 야구를 시작한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그런 마음을 갖고 야구를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수년간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이지영이지만, 지난해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키움은 10개 구단 체제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에 머물렀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신인이었던 김동헌이 102경기를 뛰면서 경험을 쌓은 반면 이지영의 출전 기회는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이지영은 "재작년에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를 했다. 지난해 같은 경우 경기를 많이 뛰지 않기도 했고 팀 사정상 젊은 선수들을 육성시켜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는데, 지난해에는 야구가 즐겁지 않더라.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그런 모습이 TV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나보다"며 "(SSG에서) 내가 기회를 잡아야 하고 또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팀으로선 경쟁과 더불어 젊은 선수들이 한 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걸 원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지영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키움 투수들은 아쉬움을 느꼈다. 안우진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고의 포수'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리며 이지영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지영은 "선수들이 많이 따라줬는데, 아쉽다. 그렇게까지 좋아해준 것에 대해 정말 고맙다"고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올 시즌 1군에 도입되는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와 피치클락(전반기 시범 운영)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이지영은 "ABS의 경우 2군에서 몇 번 경험한 후배들에게 물어보니까 땅으로 떨어지는 커브에 대해 많이 얘기하더라. 많이 달라진 것 같긴 한데, 커브를 높게 던졌을 때 그 기준이 명확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선수들이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 투수들에겐 이점이 있는 반면 타자들은 많이 흔들리지 않을까 싶다"며 "피치클락이 도입돼도 솔직히 포수는 힘든 게 없다. 투수들이 좀 더 힘들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제는 새로운 팀에서 시작한다. 그는 "항상 상대 팀으로만 만났는데, 좋은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기대된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 젊은 포수들이 물어볼 때 답해주기도 하면서 먼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 같다"며 "항상 선수는 많이 뛸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더라.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게 큰 목표"라고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사진=인천, 고아라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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