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맞지 않아”…‘문산법’ 두고 웹툰·웹소설업계 반발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1. 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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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관련 부처와 ‘문산법’ 검토 중
업계 “문산법, 취지 좋아도 허점 커”
웹툰단체 “문산법 전면 재검토” 한목소리
‘문화산업공정유통법(문산법)’을 두고 웹툰·웹소설업계를 비롯한 콘텐츠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문화산업공정유통법(문산법)’을 두고 웹툰·웹소설업계를 비롯한 콘텐츠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안의 취지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것이지만, 산업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규제·처벌 대상은 모호한 반면, 시정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 부과는 물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정부에 과도한 규제 권한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관부처인 문체부는 하위법령(시행령)에서 의견을 수렴해 세부 심사 기준을 만들 예정이라고 상황을 진화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전 세계에서 일었던 K-콘텐츠 열풍을 오히려 꺼뜨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문산법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타 부처와 최종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산법’은 2020년 유정주 민주당 의원의 발의안과 2022년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발의안을 반영해 만든 대안 형태의 법안이다. 지난해 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 故 이우영 작가가 출판사와의 저작권 소송 과정에서 별세한 후 국회와 정부에서 창작자 보호를 취지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명 ‘검정고무신법’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3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부처 간 중복 규제 문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안은 창작자 개인뿐 아니라 중소 창작 업체들까지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법안 제안 이유에는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대표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매출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콘텐츠 기업은 단 13%에 불과하고, 10인 미만 사업체가 91%를 차지하는 등 콘텐츠 산업 불균형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라고 돼 있다.

이상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법안에서 규제 대상을 모호하게 설정한 채 문체부가 시정조치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문산법은 금지 행위의 유형을 ▲제작 행위 방해 ▲문화 상품 판매 거부 ▲납품 후 재작업 요구 ▲기술 자료·정보 제공 강요 ▲판매 촉진비 전가 등 10가지로 분류해 규제하고 있다. 법률 자체에서 업종, 대상, 기준, 예외, 특별 사항 등을 특정해야 하는데 이 같은 내용을 전부 하위법인 시행령으로 미뤘다. 이를 두고 ‘포괄위임 금지 원칙’이라는 헌법 원리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시행령은 개정이 법률보다 상대적으로 쉬워 규제하고자 하는 대상과 기준이 상황에 따라 바뀌거나 추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판매 촉진비 전가’ 항목은 웹툰 플랫폼에 사업 모델, 창작자에 수입 창출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웹툰 플랫폼의 주요 서비스인 ‘기다리면 무료’ ‘매일 열 시 무료’ 등의 서비스도 해당 조항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서비스는 신인 작가나 비인기 작가 작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소위 ‘등용문’으로 통하는 프로모션이다. 하지만 플랫폼의 부담이 증가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흥행이 보장되지 않은 신인 작가나 비인기 작가 작품에 무료 공개 프로모션을 지원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제인 만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가짓수를 예측할 수 없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웹툰협회 등 6개 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문체부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직접 대상인 창작자와 기업은 해당 법안에 대한 사전 청취는 물론 의견 반영의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고려와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문체부는 “소관부처로서 콘텐츠업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우려가 없도록 추진하겠다”면서도 “장르별 특수성을 반영한 불공정행위의 세부 기준 등은 동 법률에 따라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 통과를 강행하되 세부 기준은 여전히 시행령으로 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업계는 어떤 시행령이 나올지 예측도 불가능한 데다 장기 비전이 필요한 문화 산업에 관한 규제 조항이 언제든 바뀔 수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법이 포괄적인 만큼 정확히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알기 힘들다”며 “산업 종사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법인 만큼 사전 논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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