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선거와 방벌(放伐)

2024. 1. 2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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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건 맹자의 '사단(四端)'이다.

익히 알듯이, 사단이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이 마음들은 인간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인 인(仁), 의(義), 예(禮), 지(智)에서 우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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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건 맹자의 ‘사단(四端)’이다. 익히 알듯이, 사단이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이 마음들은 인간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인 인(仁), 의(義), 예(禮), 지(智)에서 우러나온다.

어느 하나 버릴 만한 마음이 있겠는가. 이태원에서 희생된 젊은 목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버리겠는가. 독도가 우리 땅인지 일본 땅인지 그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을 버리겠는가. 하지만 필자가 절대 떨쳐내지 못하는 마음은 따로 있다.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곧 수오지심이다.

우리 역사, 고려와 조선에는 상피제(相避制)라는 것이 있었다. 친인척처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는 같은 관청이나 지역에서 함께 근무하지 못하게 했다. 짬짜미로 인한 비리와 부정부패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의도다. 상피제의 존재는 조선의 대학자인 퇴계 이황을 통해 알 수 있다. 이황이 단양군수로 재직할 때 친형인 이해가 충청감사로 임명되었다. 충청감사는 단양군수의 직속상관이다. 그러자 이황은 상피제에 따라 풍기군수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황이 상피제를 들어 풍기군수로 옮긴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옳지 못하고 착하지 못한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또한 수오지심의 발로이다.

교수신문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대변할 만한 사자성어에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채택되었다.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잊는다’는 의미로 논어에 나오는 ‘견리사의(見利思義)’에서 따온 표현이다. 결국 ‘의(義)’를 잊은 사회에 미래는 없다는 세태가 반영된 셈이다.

역사상 ‘의(義)’의 최고 전문가는 맹자다. 책 ‘맹자’는 거의 모든 군주가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맹자’가 역성혁명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역성혁명은 다른 말로 방벌(放伐)이다. 덕을 잃고 악행을 일삼는 임금을 무력으로 몰아내고 새로이 왕조를 세우는 일이다. 이러한 역성혁명의 바탕에는 ‘의’가 깔려있다. 앞서 말했듯, ‘의’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 곧 수오지심이다. 맹자는 ‘인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면서, ‘잔적’한 이는 왕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한 필부일 뿐이니 신하가 이러한 임금을 몰아내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파했다. 즉 수오지심이 없는 자는 이미 최고권력자로서의 권위와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는 의미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방벌’의 출발점은 선거다. 지금 의로움을 쫓는 자도, 의로움을 잊고 부끄러움을 쫓는 자도 모두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부디 의로움을 잊고 부끄러움을 쫓는 자는 ‘방벌’되기를 기원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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