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영수 기자]
올 겨울에는 유독 강추위와 대설주의보가 많았다. 당장 이번 주에도 영하 12~17도의 맹추위가 예보되어 있지만,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이 이미 지나갔고 공터에 있는 풀들 사이에는 어느새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음이 보인다. 길고 긴 겨울을 지나 멀리 봄이 오고 있는 길목에서 '봄.길' 대표이자 교육학 박사인 남상은 코치를 만났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 바람은 가정 생활과 일, 여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인 이슈임이 분명하다.
▲ 봄.길의 대표 남상은 코치 |
ⓒ 유영수 |
-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나도 이분한테 코칭을 한번 받아볼까?' 이런 생각이 정말 들었거든요. 코칭에 있어서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저는 강점 발견을 잘하는 것 같아요. 강점을 잘 봐요. 잘 듣는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저는 본다고 표현을 하는데 회사 이름도 봄.길이잖아요. 사실 저에게 코칭 받았던 사람들이 저한테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였어요. '코치님 제 강점을 진짜 잘 발견해 주시는데 그게 제 것 같아요' 예쁘게 보는 눈이 있나 봐요. 혹은 예쁜 걸 보는 눈이 있거나."
- 다양한 연령대 중에서 특별히 20~30대에 집중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처음에는 여러 연령대를 만났던 것 같아요. 그러다 대학에서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죠. 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청년들이 꿈꿀 수 없는 상황인 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들이 열심히 살지 않는 게 아니거든요. 스펙 쌓고 학점 관리하고 알바하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요.
그런데 그들을 받아줄 곳이 없더라고요. 결국 이 아이들이 좌절하는 거예요. 차라리 꿈꾸지 말자 꿈꿔서 뭐 하냐. 좌절한 그 아이들의 모습이 저한테 많이 아프게 다가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예배드리는데 '꿈꿀 수 없어 무너진 가슴에 저들의 푸른 꿈 다시 돋아나도록...' 이런 찬양 가사가 저한테 딱 꽂혔어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 가사 내용이었거든요. 그러면서 더 청년들에게 집중하게 됐죠."
- 커리어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트렌드를 아는 게 너무 중요해요. 커리어 코칭을 받으러 온 청년들도 시대적인 트렌드에 대한 언급을 정말 많이 해요. 그럼 제가 역으로 묻죠. '그게 트렌드가 맞죠? 그런데 그 트렌드가 당신에게도 맞냐', '이게 지금 현대 사회에서 굉장히 유망한 직종이라는데, 이 직업이 당신에게도 유망한 거 맞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거든요.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 못지 않게 먼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한 거죠.
- 제가 20~30대 청년들 50명에게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여러 질문들 중 '나는 나의 진로(미래)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늘 걱정한다가 56%, 종종 걱정한다가 38%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어마어마하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청년들이 이렇게 커리어에 대해 많이 걱정하는 이유가 뭘까요?
"청년기에 자아정체감 확립이라는 발달 과업이 있는데, 이건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의 문제거든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결국 이 길에 대한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작년에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은퇴 설계 과정 연구에 두 번 참여했는데, 시니어들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거예요."
- 보통 진로에 대해서 고민할 때 고용센터에서 직업상담사와 만나거든요. 직업상담사와 커리어코치의 차이, 어떤 게 있을까요?
"직업상담사들은 이 사람 자체에 대해서 궁금해하기보단 이 사람이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경력들을 가지고 있고, 학력이 어떻게 되는지, 전공이 무엇인지 등 표면적인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지 않나요? 거기에 가장 적절한 직업을 매칭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남상은이라는 커리어코치는 표면적인 것도 있겠지만 이 표면적인 것을 하게 된 그 사람의 동기를 더 궁금해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국어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어떤 사람은 국어가 너무 좋아서 국어교육을 전공했을 수도 있고요. 또 어떤 사람은 교육이 너무 좋아서 그중에 하나 내가 제일 잘 하는 과목으로 국어교육을 선택했을 수도 있잖아요.
▲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남상은 코치 |
ⓒ 유영수 |
- 설문조사를 통해 커리어코치에게 질문하고 싶은 청년들의 궁금증을 제가 대신 받았는데요. 이직에 대한 고민들이 많더라구요.
"제 멘토 코치분이 그러시는데 꼭 초보 코치들이 커리어 코칭을 하고 나서 직장을 그만두게 만든다는 거예요. 저도 해보니까 정말 그 직장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요.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비전을 잘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관계의 어려움 때문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정확하게 이직하고 싶은 이유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비까지 확실하게 한 후에 이직을 해야하는 거죠.
이건 학생들 진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고등학생들 자퇴하기 전에 코칭 받으러 오거든요. 그럼 제가 '자퇴 플랜'을 세워오라고 해요. 여기에 어떤 시간과 비용, 어떤 에너지가 들어갈 것인지 플랜을 짜게 해요. 그 플랜이 세워져야 이동을 할 수 있는 거죠."
- '미라클 코치(Miracle Coach)'라는 닉네임은 누가 붙여준 건가요?
"청년들이요. 저에게 코칭을 받고 돌아가는 청년들이 '코치님 제 삶이 기적처럼 달라졌어요'. 이런 얘기들을 많이 했어요. 제가 그 안에서 '기적'이라는 단어를 딱 뽑아서 이름을 붙였죠."
- 코치님이 하고 계신 '미라클 라운지(Miracle Lounge)'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신다면.
"제 수입의 10%를 떼어서 별도 통장에 모아두고, 그 돈으로 형편이 어려워서 유료 코칭을 받을 수 없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코칭해 주면서 맛있는 식사도 대접하고 있어요.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연말에 어려운 청년들을 돕는 '아름다운 작당'이라는 프로젝트에 후원금으로 보내기도 하고요."
<커리어코치도 커리어 고민을 합니다>는 어린이집 교사 생활을 하던 저자가 서른다섯 살 즈음 처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면서부터 겪었던 일들, 실제 커리어 코치가 되는 과정,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 등의 내용을 다섯 개의 큰 질문으로 나누어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으로 쓰여졌다. 각 챕터를 마무리하면서는 독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져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코칭을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우주선이 탐사를 할 때 늘 자체 연료에만 의지하지는 않는다. 목표로 하는 행성 혹은 중도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궤도를 조정하는 것을 '스윙바이(swingby)'라고 한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맞을까?' 의구심이 들고 방향성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면, 추진력을 잃어버린 채 무작정 헤매지 말고 때론 커리어 코치의 도움을 받아 '스윙바이'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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