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본을 ‘희귀템’으로… 오타 난 초판본 찾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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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아토르(대표 김도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의 한 게시글에 달린 댓글이다.
여기서 말하는 희귀템은 비아토르의 신작 '교회 옆 미술관' 초판본이다.
비아토르는 희귀템 판매 후 남은 초판본은 교도소선교회나 섬선교회 등에 기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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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템’(희귀한 아이템) 구매하고 싶습니다. 저는 (오타) 상관없는데 구매 가능할까요?”
출판사 비아토르(대표 김도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의 한 게시글에 달린 댓글이다. 여기서 말하는 희귀템은 비아토르의 신작 ‘교회 옆 미술관’ 초판본이다. 댓글이 달린 게시글은 오타가 있는 이 책의 판매 중지를 알리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파본(破本)을 사과하는 글에 오히려 “파본을 구매하고 싶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 것이다.
파본이 희귀템으로 변신한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비아토르는 지난 5일 발행한 초판본에 그림 두 장이 서로 뒤바꿔 인쇄된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지난 17일 종이책 판매를 중지했다. 배본된 책은 반송 조치했으며 이미 책을 받은 독자에게는 구매한 서점에서 재인쇄한 책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하드커버가 들어간 양장본이라 제작 공정이 더 소요돼 책은 1월 마지막 주쯤 서점가에 선보일 예정이다.
책을 만드는 정성과 수고에 공감해서일까. 비아토르 공식 계정에 글이 올라온 지 오래지 않아 여러 사람이 “파본이 아닌 ‘희귀템’으로 알고 사겠다”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좋은 책을 싸게 살 기회”라며 “주변에 선물해도 좋겠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도완 대표는 이후 “며칠째 달라붙은 자괴감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한 이틀 정도 누워지냈는데 페이스북에 들어와 메시지와 사연을 읽다 보니 울컥한다”며 “‘희귀템’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쏟아져 들어와 당황스러우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교차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출판사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며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이지만 ‘사랑의 빚’으로 여기고 희귀템을 보내기로 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교회 옆 미술관’의 초판본은 오는 28일까지 반값으로 판매한다. 비아토르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구글 문서로 주문할 수 있다. 21일 현재 220명이 초판본 650부를 주문한 상태다. 김 대표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만든 책에 마음을 나눠주는 분이 이렇게 많다는 걸 새삼 느껴 참 감사했다”며 “특히 환경적 측면을 염려해 파본을 팔라는 요청이 많은 데 놀랐다. 자연을 위해 자발적으로 불편을 택한 독자의 선택에 깊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비아토르는 희귀템 판매 후 남은 초판본은 교도소선교회나 섬선교회 등에 기증한다. 김 대표는 “초판본이 완판돼 재고가 없어져도 이들 선교회로 새로 인쇄된 책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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