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 없는 클린스만호…'복붙 라인업' 딜레마 직면하다 [아시안컵]

김정현 기자 2024. 1. 21. 16: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실상 플랜B 없이 메이저 대회를 치르는 것에 대한 후폭풍에 점점 직면하고 있다. 부임부터 '우승'을 천명했던 클린스만호가 아시안컵 초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전반 9분 손흥민이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파넨카 킥으로 연결해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전반 37분 박용우가 상대 코너킥 과정에서 자책골을 허용해 동점을 내줬다. 전반 추가시간 51분 야잔 알 나이마트가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에 한국은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정규 시간에 승부를 내지 못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46분 황인범의 슈팅이 야잔 알 아랍의 자책골로 이어지며 동점을 만들고 간신히 비겼다.

한국은 요르단과 승점 1점을 나눠 가졌다. 여전히 조 2위(1승 1무 승점 4∙골 득실 +2)다. 요르단이 골 득실에 앞서 조 선두(1승 1무 승점 4∙골 득실+4)를 유지했다. 

아직 2위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이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말레이시아전만 남겨두고 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의 16강 상대가 결정된다. 

한국은 25일 오후 8시 30분 말레이시아를 잡고, 같은 시간 다른 경기장에서 열리는 바레인과 요르단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요르단이 바레인에게 승리하면 한국과 요르단이 나란히 2승1무가 되기 때문에 두 팀의 조별리그 전체 골 득실을 따져야 한다. 한국은 1위를 원하면 일단 말레이시아를 크게 이겨야 한다.

요르단이 비기거나 질 경우 한국은 조 1위로 통과한다.

다만 말레이시아전 앞두고 한국이 공수 양면에서 문제점을 노출,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각이 온화한 편은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일부 해외파의 개인기에 잔뜩 의존하는 이른바 '해줘 축구'를 구사하고 있는데 이런 스타일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주포 조규성의 결정력이 터지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가 밀집수비를 하는 동안, 조규성이 고립됐고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뒷공간을 풀어내야 어떻게든 크로스로 조규성에게 공이 들어가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조규성의 결정력고 낙제점이다. 바레인전, 요르단전 모두 참혹할 정도의 결정력을 선보였다.

왼쪽에선 이기제와 이재성의 동선, 오른쪽에선 이강인과 설영우의 동선이 겹치면서 공격적으로 전진하는 템포가 떨어졌다. 

손흥민이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뒤엔 요르단이 강하게 전방 압박을 하면서 수비 진영에서 패스 미스나 볼을 뺏기는 상황이 나와 상대에게 흐름을 내줬다. 수비와 미드필더 간격이 벌어지면서 요르단 공격수들이 편하게 공격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동점과 역전이 전반에 이뤄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은 이기제와 박용우를 빼고 김태환, 홍현석을 넣어 중앙과 풀백에 변화를 줬고 그러면서 측면에서의 움직임이 살아났고 점차 중앙도 활기를 되찾았다. 

후반에 좋은 경기력을 전반부터 보여줘야 하지만, 두 경기 연속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상황을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확인했다. 바레인전도 측면 활용에 어려움을 겪자, 후반 초반 이기제를 빼고 김태환을 넣어 설영우를 이기제가 있던 왼쪽으로 보냈고 결과적으로 측면 공격이 살아나 역전까지 만들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호는 요르단전에 선발 명단을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김승규 대신 조현우가 나온 걸 제외하고 그대로 라인업을 꾸렸다. 그러다 전반에 요르단에 밀리며 역전을 허용했다. 그간 클린스만호가 꾸준히 꾸려왔던 선발 명단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생긴 결과다. 

본격적으로 클린스만호의 색이 입혀진 9월 A매치부터 대표팀은 큰 변화 없이 선발 명단을 꾸렸다. 부상으로 이탈한 황희찬, 김승규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9월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췄다. 이 라인업이 플랜A다. 

라인업에 변화가 없을 때 나온 이야기가 플랜B의 부재였다. 여러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전술이나 선수 구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클린스만호는 꾸준히 같은 라인업을 고수했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클린스만호는 황희찬, 김진수가 부상으로 출발을 함께 하지 못했고 여기에 김승규까지 대형 부상으로 잃었다. 이기제도 햄스트링이 의심되는 상황이고 김태환도 출전은 하지만, 90분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규성의 백업 공격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조규성이 다시 나오거나 소속팀인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풀타임을 뛰지 못하는 오현규를 내보내거나, 아니면 손흥민 원톱을 써야하는데 전부 미덥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많은 경고 카드도 문제다. 1차전부터 이기제, 김민재, 박용우, 손흥민, 조규성이 경고를 받았고 요르단전도 황인범, 오현규가 경고를 받았다. 8강까지 유지되는 경고를 털어내기 위해서 이를 관리하는 점도 대표팀에게 숙제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 플랜B가 필요한데 부재한 상황이다. 중요한 대회 본선에 당장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투입하는 것도 위험 부담이 있다. 여러모로 플랜B가 없는 클린스만호가 우려된다. 주축 유럽파들이 포함된 플랜A와 이들이 빠진 라인업과의 실력 차가 너무 크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